'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다 보면, 러닝머신들이 모여있는 쪽에서 이런 발소리 요란한 사람이 간혹 있다. 어허, 저렇게 달려서 어쩌자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고, 안타까운 마음이 엄습한다.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한테 이렇게 뛰어라 저렇게 뛰어라 간섭할 수도 없고.... 그래서, 달리기에 대한 길고 긴 이야기 대장정을 시작하는 초입에 일단 러닝머신 착지법부터 말하고 가야겠다 싶다. 

 

달리기는 기술이다

달리기에도 당연히 기술이 필요하다. 본능적으로 익히는 달리기의 기술도 있지만, 현대문명 생활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달리기를 하려니 잘 될 리가 없다. 그래서 기술을 배워야 한다. 문제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고 잘 뛰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는 것. 과거에 오래달리기 시험이 있었지만, 요즘엔 그마저 사라졌다. 

헬스클럽(피트니스센터라고 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러닝머신(트레드밀이라고 말하는 게 좋겠지만, 소통을 위해 그냥 쓴다)에서 아주 긴 시간을 보낸다. 좋은 일이다. 다만, 좀더 좋은 일로 만들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헬스클럽의 코치(트레이너)들은 근력운동 즉 웨이트 트레이닝의 워밍업을 위해 러닝머신을 사용할 뿐, 달리기를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제각각 알아서 러닝머신을 사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걷고, 모니터를 보면서 걷고, 전화를 걸면서 걷는다. 그리고 적은 사람들이 달린다. 

달리는 사람을 보면 반가워서 조금 관찰하게 되는데, 제대로 뛰는 사람은 드물다. 많은 점에서 달리기의 기술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먼저 착지법부터 말해보자. 회복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 이제 막 달려보고 싶은 사람, 걷기보다는 좀 강하게 유산소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말한다. 착지법은 아주 중요한 달리기의 기술이다. 

 

발을 구르듯 쾅쾅 쿵쿵 발바닥 전체를 사용해 착지하며 위로 올라뛰는 주법은 무릎 건강은 물론, 주변에 방해도 되는 좋지 않은 습관이다.
발을 구르듯 쾅쾅 쿵쿵 발바닥 전체를 사용해 착지하며 위로 올라뛰는 주법은 무릎 건강은 물론, 주변에 방해도 되는 좋지 않은 습관이다.

가장 문제 많은 착지법, 쿵쿵 발구르기

야외에서 달릴 때는 사실 이렇게 뛰라고 해도 하기 어려운데, 러닝머신에서는 의외로 쿵쿵 발을 구르듯이 착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능력보다 너무 천천히 갈 때 그런 현상이 생기는데, 돌아가는 머신 벨트에 휩쓸릴까봐 걱정하는 두려움도 한몫 하는 듯하다.

위로 뛰어올라 쾅쾅 발을 밟듯이 착지를 하니, 당연히 관절의 부담이 커진다. 발의 아치가 갖고 있는 탄력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온전히 무릎관절로 모든 부담을 안으니, 건강에 좋을 리 없다. 물론, 이렇게 오래 뛸 수도 없지만, 오래 뛴다면 무릎이 상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워낙 소음이 커지기 때문에 주변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도 방해가 되고, 러닝머신도 쉽게 고장날 것만 같다. 종합적으로 안좋은 착지법. 반드시 고치자.

 

무릎보다 고관절을 이용해 성큼성큼 달리는 주법은 관절들에 큰 무리를 주고, 속도를 높일 수도 없다.
무릎보다 고관절을 이용해 성큼성큼 달리는 주법은 관절들에 큰 무리를 주고, 속도를 높일 수도 없다.

겅중겅중 쭉쭉 고관절을 뻗는 착지법, NO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가끔 키 큰 사람이 큰 보폭을 자랑하듯 겅중겅중 고관절을 이용한 주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큰 보폭으로 쉽게 가는 듯하지만, 근육보다는 뼈 혹은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주법이다. 무릎보다 덜 유연한 고관절을 많이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주법이고, 별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 무릎에는 반대방향으로 압력이 가해진다. 

러닝머신뿐 아니라 야외에서도 이렇게 뛰는 사람들이 많은데, 발꿈치가 브레이크처럼 턱턱 땅에 걸리면서 온몸이 부담을 갖게 된다. 빨리가는 것 같고, 우아해 보이지만, 우리 몸의 기능들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온전히 고관절에 부담을 주는 동작이므로 지향해야 한다. 

 

장거리달리기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오래달리기에도 도움이 되는 발꿈치 착지법. 핵심은 발 전체의 힘을 빼고 앞끝으로 차고 나가는 순차성을 확보하는 것.
장거리달리기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오래달리기에도 도움이 되는 발꿈치 착지법. 핵심은 발 전체의 힘을 빼고 앞끝으로 차고 나가는 순차성을 확보하는 것.

'착지법의 정석' 뒤꿈치 착지, 앞끝 차고 나가기

가장 보편적이고 권장할만한 달리기 방법은 '뒤꿈치 착지, 앞끝 차고 나가기'다. 발 혹은 발바닥의 유연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오래 뛸 수 있는 방법이다. 고관절로 뛰는 게 아니라 무릎을 중심으로 뛰는 것과 어우러지면서 뒤꿈치로 착지하지만 곧바로 발바닥 전체가 충격을 흡수하고 발의 앞쪽 엄지발가락 쪽으로 차고 나가기 때문에 사실은 순차적 착지인 셈이다.

이렇게 뛰면 앞으로 튀어나가는 동력이 강하게 작용해 빨리 뛸 수 있고, 뒤꿈치가 안정적으로 버텨주기 때문에 오래 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야외에서 장거리달리기를 할 때 운동 좀 한 사람들은 이 방법을 스스로 알아서 활용한다. 발바닥에 힘을 빼, 최대한 유연성을 확보하는 연습만 조금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러닝머신에서는 더욱 많이 활용되는, 거의 유일한 착지법이다.   

 

빨리 뛸 때 저절로 사용하게 되는 앞끝 착지법. 맨발로 뛰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착지법인데, 최근엔 마라톤 같은 오래달리기에도 접목되고 있다.
빨리 뛸 때 저절로 사용하게 되는 앞끝 착지법. 맨발로 뛰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착지법인데, 최근엔 마라톤 같은 오래달리기에도 접목되고 있다.

속도 빨라지고 혈류도 살리는 '발 앞끝 착지법'

100m 달리기를 해보라. 어떻게 착지하는가. 누구나 발앞끝으로 착지한다. 빨리 뛰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몸이 앞으로 기울어져 중력을 활용하면서 박차고 나가는 힘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방법이 바깥쪽 앞끝으로 착지해 엄지발가락 쪽으로 차고 나가는 방법이다. 

케냐의 마라토너들이 잘 뛰는 이유를 연구한 사람들이 밝혀낸 주법이 이 방법이다. 어렸을 때부터 산을 맨발로 오르내린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이 방법으로 뛴다. 오랫동안 뒤꿈치 착지 앞끝 차고나가기를 마라톤의 정석으로 생각해 왔으나, 최근엔 기록경신을 위해 앞끝착지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잎끝 착지를 하면, 발바닥의 아치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 강해진 발바닥은 인체 건강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게 되고, 오래달리기의 중력 압박을 거의 모두 흡수해준다. 무릎을 포함한 관절의 부담이 거의 없고, 종아리 근육이 강화돼 혈류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강력한 발목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뒤꿈치 착지법을 주로 사용하면서 천천히 조금씩 앞끝착지를 늘려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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