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너무 많이 달리지 말라"는 조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팬들과 짧막하게 묻고 대답하는 골프TV 5월 1일 방송에 출연한 타이거 우즈는 "젊은 시절의 당신에게 돌아가 충고를 해줄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너무 많이 뛰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골프에 막 물이 오를 때 너무 많이 뛰었고, 그래서 무릎이 상했다는 것.
그는 20대를 돌아보면서 "투어를 처음 시작하고 5~6년 동안 1주일에 약 30마일(약 48km)을 뛰면서 내 몸과 무릎이 망가졌다"고 회상했다. 우즈는 아침에 4마일을 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체육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 골프연습을 했다. 일과를 마친 뒤 또 4마일(6.4km)을 뛰는 일정을 소화했고 때때로 농구와 테니스도 즐겼다. 그 당시 체육관에 가면 자기 밖에 없었다고도 회고했다.
27차례 무릎-허리-아킬레스건 등 부상
타이거 우즈는 젊은 시절 이미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다. 이번 인터뷰를 보도한 많은 외신들이 그의 전설적 기록을 전하고 있는데, 메이저 15승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최다승 타이인 82승을 올리는 동안 무릎과 허리, 아킬레스건 등에 27차례나 문제가 생겼다.
왼쪽 무릎 부상 7번, 등허리 부상 12번, 아킬레스건 부상 3번이 포함된 27번의 부상들은 대부분 20대에 생겼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에게도 신화적인 경기인 2008년 US오픈 우승 당시에는 왼쪽 무릎뼈가 망가진 상태에서 연장전까지 포함해 91홀 혈투가 벌어졌고, 14번째 메이저 우승을 이룬 직후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여기에 더해 우즈의 군입대 동경도 그의 다리 부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미 육군 그린베레 출신인 아버지를 본받고 싶어한 우즈는 낙하산 점프를 하거나 전투화를 신은 채 4마일 달리기를 하기도 했다.
달리기는 순방향, 골프스윙은 측방향
과연 타이거 우즈는 달리기 때문에 무릎이 상한 것일까. 아주 많은 원인들이 문제를 일으켰겠지만, 달리기에만 책임을 지우기엔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 물론, 골프의 전설로서 젊은 골프선수에게 충고하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달리기를 탓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달리기가 무릎을 순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무릎을 위협하는 것은 골프라는 것. 앞뒤로 접히는 무릎관절을 좌우로 사용하는 운동이 골프다. 골프 스윙을 하려면 한 쪽 무릎으로 버티면서 온몸의 무게와 힘을 쏟아내야 한다.
그것을 무수히 많이 되풀이한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무릎관절에 부담이 쌓일 수밖에 없다. 달릴 때 체중이 실리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원래 무릎 관절이 생겨먹은 대로 당하는 부담이기 때문에 우리 몸이 소화할 수 있지만, 골프처럼 측면으로 가해지는 부담은 감당하기 어렵다.
오른쪽 아킬레스건도 마찬가지. 스윙 때 격하게 회전하는 아킬레스건은 원래 기능인 앞뒤로 튕겨주는 인대를 뒤틀어 사용하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이치를 알기 때문에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많은 골프선수들이 태극권을 수련한다. 허리를 천천히 유연하게 비트는 동작이 많은 태극권 수련에서 하체를 탄탄히 땅에 박아, 무릎이 상하지 않고 허리 턴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움직임의 기본원리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무리하지만 않으면 달리기는 안전하다
우리 몸은 오래 달리기에 적합하도록 진화되었다. 무릎 관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발의 아치가 발달해 어떤 동물보다 뛰어난 형태의 발바닥을 갖고 있다. 탄력있고, 형태적으로도 완벽할 뿐 아니라, 수많은 발 안의 뼈들이 유연하고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골프화나 군화처럼 단단한 신발은 기능성 좋은 발에 깁스를 한 것처럼 발의 기능을 약화시키기 쉽다. 푹신한 고성능 운동화는 너무 푹신해 발이 제 기능을 다하고 싶어하지 않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안전을 해치게 된다.(발의 기능은 [달리기와 진화] 영역에서 자세히 다룬다.)
발의 신축성을 제대로 이용하고 자세를 제대로 갖추기만 한다면, 달리기는 안전한 운동이다. 지속적 충격을 발 안에서 거의 흡수하고, 무릎과 고관절 등 주요 관절들은 원래의 순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충분히 내구성을 담보할 수 있다.
역방향이나 측면방향으로 꺾거나, 격하게 멈추고 다시 달리는 구기종목들, 과도하게 뛰어올랐다 떨어져야 하는 점핑 운동들이 관절에는 오히려 해롭다.
감당 못할 무리한 속도가 아니라면, 달리기는 충분히 안전하다. 자기 몸 안에서 감당하지 못할만큼 빨리 달리거나, 자기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할만큼 살이 쪄있지 않다면.
다만, 하루 종일 무릎을 강하게 압박하는 운동을 하는 타이거 우즈가 또 아침 저녁으로 6.4km씩 달렸다면, 더군다나 만약 러닝머신에서 그렇게 달렸다면, 무릎이 감당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었겠다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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