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뛰어본 적이 있는가? 혹은 장거리 달리기는? 3시간 정도 달리고 나면, 혹은 30km쯤 뛰고나면, 엄청나게 배가 고파지고, 에너지가 부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마침내 에너지가 바닥나는 느낌이 들고, 갑자기 다리가 움직이지 않게 된다. 아직 힘도 남아있고, 특별히 어디가 아프지도 않는데.
이런 현상은 달리기 연료에 대한 준비없이 장거리를 뛸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 자동차로 이야기하자면 연료가 바닥이 난 것이다. 차는 멀쩡하지만, 어디 고장난 것도 아니지만, 갑자기 차가 선다. 이 무슨 일인가? 가장 간단하고 쉬운 확인방법이 연료 게이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짧은 거리를 뛰든, 긴 거리를 뛰는 연료는 필요하지만, 장거리, 즉 마라톤을 뛸 때는 연료를 상당량 비축하지 않으면 연료가 바닥나고, 그 순간 우리는 달리기를 멈추게 된다.
별다른 연습이나 공부 없이 마라톤을 시작한 기자도 초기에 몇 차례 그런 경험을 했다. 분명히 아무 이상 없는데, 왜 멈추는 것일까?
그 해답을 바로 카보로딩에서 찾을 수 있다.
▶카보로딩은 살빼기가 아닙니다만~
마라톤을 하는 사람은 사실 뭐 살빼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냥 극한운동을 즐기는 것이다. 그렇지만, 마라톤이 체중감량에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루에 10km를 뛰고, 주말에 20~30km 뛰는 사람들. 그들이 살이 쪄 있을리가 없다.
그리고 실제로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면, 대체로 체중이 3~5kg 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력을 다해 3시간 안팎을 달리는 대회를 뛰고 나면, 몸 속의 거의 모든 것들이 빠져나간다. 기자의 경우, 대회 뒤 1주일 정도는 배가 고플 정도로 몸 속이 텅 빈다. 그러니 체중이 어느 정도 빠지는 것이 당연한 일.
그렇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마라톤 다이어트, 카보로딩은 체중감량이나 살빼기가 아니다.
▶카보로딩= 탄수화물 축적하기
카보로딩은 영어로 Carbo-loading이다. 탄수화물을 쌓는다는 의미. 체내에 탄수화물을 축적하기 위한 방법을 말한다. 장거리 달리기는 탄수화물을 태우면서 뛰는 것이기 때문에, 몸 속에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달리기 연료가 부족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달리기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몸 속에 탄수화물을 축적해 잘 뛰자는 훈련법이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잘 뛸 수도 없지만, 몸 속의 필수적인 영양분들을 태워,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챙겨보는 것이 좋다.
카보로딩을 간단히 설명하면, 일단, 대회 1주일쯤 전 강하게 장거리달리기를 해 몸 속의 탄수화물을 다 태워버리고, 1주일의 앞쪽 3일은 탄수화물을 끊고, 뒤쪽 3일은 탄수화물만 먹는다. 그렇게 하면, 체내 근육들에 차곡차곡 탄수화물이 쌓여 마라톤 뛰는 내내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삼일은 단백질, 삼일은 탄수화물
구체적으로 마라톤 다이어트, 카보로딩에 들어가자.
첫 3일의 핵심은 탄수화물을 끊고, 단백질 중심 식사를 하는 것.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된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밥도 국수도 안 먹는다. 불고기, 닭고기를 비롯해 고기만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흔히 고기만 먹으면 좋겠네,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선수촌에 있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어려운 일이다. 값도 비싸다. 그래서 싸고 좋은 단백질, 두부와 닭고기가 권장할 만하다.
뒤쪽 3일은 쉽다. 탄수화물 식품은 맛있는 것 천지. 밥이며 국수가 넘쳐나고, 권장할만한 탄수화물 영양식으로 피자가 있다. 한판 사놓고, 한두쪽씩 몇번에 나눠 먹는 것, 권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몸이 간절히 탄수화물을 원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먹는 족족 몸 속에 에너지원으로 축적된다.
선수들은 철저히, 이 방법을 지킨다. 오래전, 황영조 선수는 단백질 기간동안 "생가죽을 씹는 느낌"이라고 토로했을 정도. 일반인들은 단백질 위주의 식사,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정도로 먹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대회 당일 아침은 간단한 탄수화물 편이식
이제 다이어트의 끝은 대회 당일 아침이다. 42.195km를 뛰다보면 배가 고파지기 때문에 굶거나 대충 떼워서는 안된다. 뛰는 도중 배탈이라도 나면 정말 난감한 일. 그러므로 편한 음식을, 카보로딩에 입각해, 적당한 양을 먹어야 한다.
가장 편한 음식으로 카스테라와 부드러운 떡을 들 수 있다. 기자의 경우, 과거엔 죽 같은 것을 선호했으나, 점점 마라톤에 익숙해지면서 먹기 편한 카스테라를 전날 밤에 사뒀다, 아침에 한두개를 먹는다. 카보로딩 식으로 좋은 피자를 전날밤에 먹고, 조금 남겨두었다, 당일 아침에 덥혀 먹는 것도 좋다.
대회 도중 음료수와 영양식 보급처에 마련되어 있는 바나나나 초코파이, 건포도 등도 빼놓기 않고 먹는 것이 좋다. 달리면서 먹기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분량이라면, 먹으면서 뛰어야 30km 이후에 배고프지 않게 뛸 수 있다. 에너지 공급도 가능하다.
3~5시간에 걸친 전력질주인 마라톤. 영양공급은 매우 중요하다. 휘발유를 넣지 않고 자동차가 달릴 수는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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