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투런(Born to Run).'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좀더 정확한 의미를 반영해 번역하자면, 인간은 달리기 적합하게 진화했다고 해야 한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몸은 수십만년의 진화의 결과로 만들어졌고, 뛰어야 적합하게 작동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현대인들은 최근 50년래 거의 달리지 않고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니, 우리 몸의 많은 기관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을 넘어서 질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 비만과 관절, 체내의 부조화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아주 단순화해 말하자면, 달리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해도 된다는 뜻이다.

인간은 달리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멕시코 원시부족을 통해 입증한 책 '본투런'. 이 책은 브램블과 리버만의 연구에 큰 도움을 받았다.
인간은 달리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멕시코 원시부족을 통해 입증한 책 '본투런'. 이 책은 브램블과 리버만의 연구에 큰 도움을 받았다.

 

200만년 전부터 달리기 시작한 인류

달리기가 인간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는 <본투런>이라는 걸출한 책이 만들어지는데 아주 중요한 연구를 진행한 사람은 데니스 브램블과 대니얼 리버만이라는 두 학자다. 브램블은 유타대학, 리버만은 하버드대학 교수다. 

그 두 사람은 2004년 '네이처(Nature)'지에 '오래달리기와 인류의 진화(Endurance Running and the evolution of Homo)'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몸의 뼈가 갖고 있는 26가지 증거들이 정리돼 있다. 달리기와 진화를 이야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26가지 증거들의 출처가 이 논문이다. 

두 학자는 "그동안 인간의 진화를 이야기할 때 주로 걷기 능력을 다뤄왔다"며 "440만년전부터는 두발로 걷기 시작했다는 증거들이 넘쳐나고 그 결과 달리기를 했다는 생리역학적 증거들이 있지만 이에 주목한 연구는 매우 적었다"며 "우리는 적어도 200만년 전부터 달리기 시작한 인류의 진화를 규명해 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인류는 그렇게 잘 뛸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인체골격의 분석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해 냈다. 

 

'달리는 인간' 골격상의 26가지 증거들

브램블과 리버만 교수가 연구한 26가지 증거들을 우리가 모두 알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그냥 그렇다더라는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 이런 것이 사실이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좋겠다. 많은 자료들이 다 그냥 "26가지 증거가 있다"고만 말하고 있을 뿐, 그것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못하기 때문.

조금 복잡하고, 의학적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도 있지만, 달리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우리몸의 골격상의 특징 26가지를 소개한다. 

위의 26가지 표를 이해하기 위해, 아래의 그림이 필요한데, 약 200만년 전의 호모에렉투스부터 현대 인류의 직계조상이라는 호모사피엔스의 골격구조가 그 이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현대의 유인원들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크게 보아 △달릴 때 머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구조들 △머리, 힙, 몸통와 길항작용을 하면서 뛰는데 도움을 주는 구조들 △달릴 때 압박을 줄이거나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들 △몸통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구조들 △뛸 때 필요한 에너지 저장을 위한 장치들 △발바닥 아치의 탄력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장치들 등이다.  

균형잡힌 머리와 강력한 목덜미 인대, 짧은 입, 분리된 머리와 가슴, 좁은 목, 낮고 넓은 어깨, 좁은 골반, 좁고 긴 허리, 긴다리, 긴 아킬레스건, 짧은 발가락 등이 우리가 등은 전문적 지식 없이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흔적들이다. 

걷기 위해서나 천천히 움직이며 생활하기 위해서는 필요없는 것들, 빨리 뛸 때 중심을 잡아주고,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바로 26가지 구조적 특징들이다. 

우리몸 신체 각 기관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달리기를 통해 몸의 각 부분들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몸 신체 각 기관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달리기를 통해 몸의 각 부분들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므로 우리는 뛰어야 한다

이들의 구체적인 연구 이후 모든 것이 빨라졌다. 우리는 흔히 걷기 위해 두발로 섰다고 생각하고, 걷기가 최고의 운동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달리기가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자그마한 인류의 조상들이 어떻게 커졌는지, 도대체 약하기만 한 인류가 어떻게 단백질을 얻었는지 진화의 미스터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모든 열쇠는 달리기에 있었다. 인류는 직립보행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하면서 모든 문제점을 달리기로 풀어가며 진화해 왔다. 그 결과로 오늘날 우리의 몸이 만들어졌고, 이 몸은 달려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체중을 줄이려 고민하는 사람들, 소화기관의 부조화로 고생하는 사람들, 관절의 기능퇴화로 고통받는 사람들, 모두들 자신의 몸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스스로 해법을 찾아보자. 그 종착점은 달리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캔서앤서(cancer answ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