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래 빨리 달리도록 진화했다. 지구상에서 오래 달리기를 축제처럼 여기며 재미로 뛰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인간은 오래달리기를 통해 사슴을 사냥하며 현재의 골격을 갖게 됐다. 오랫동안 뛰면 인간이 짐승보다 빠르다. 이론적으로 주장되는 이 말이 믿기지 않겠지만, 가끔 사실로 입증되는 대회가 있다. 바로 '인간 vs 말, 산악달리기'다.

우연히 말에서 떨어진 기수가 말보다 빨리 뛴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이후 미국에서, 영국에서 비슷한 대회가 열린다. 영국에서는 1980년 시작된 전통적인 대회가 매년 계속되고 있다.  

며칠전인 6월 11일, 그같은 기적같은 일이 영국에서 또 다시 일어났다.  

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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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일스에서 열린 '2022 인간 대 말 마라톤(The Man versus Horse Marathon)'에서 37세의 소방관이 우승했다. 산악달리기 선수이면서 현직 소방관인 리키 라이트풋이 22마일(약 35.4㎞)의 산길을 2시간22분33초에 달려, 킴 알먼 기수와 호흡을 맞춘 말 '랜 하우스 보이'를 2분3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위인 말의 기록은 2시간24분36초. 이번 대회에는 1200명의 러너와 말 60마리가 경쟁했다. 

영국 웨일스 란티드웰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15년만에 사람이 우승한 놀라운 사실은 영국 BBC와 미국 CNN 등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1980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인간이 우승한 것은 라이트풋이 3번째. 영국의 장거리 육상 선수 휘 로브가 2004년 2시간05분19초로 우승해 이 대회 첫 '인간 우승자'가 됐고, 2007년 독일의 플로리안 홀칭거가 2시간20분30초로 말을 제치고 우승했다. 

CNN은 인간과 달리기, 인간과 말, 그리고 이 마라톤 대회에 대해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간략히 요약해 소개한다. 

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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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을 이용하던 인류, 말보다 빨리 뛰다

인류는 늘 동물들을 쫓으며 살아왔다. 동물과의 경주는 사실 스포츠의 문제가 아니라, 음식을 찾기 위한 우리 선조들의 필연적인 행위였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동물들은 우리보다 빠르지만, 인간은 상대적으로 큰 뇌, 지구력, 그리고 땀 흘리는 능력을 바탕으로 동물보다 경쟁적 우위를 갖게 됐다. 만약 우리가 충분히 오랫동안 달리기에 전념할 수 있다면, 결국엔 지쳐버린 짐승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북이 대 토끼'는 그 방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이야기. 조악한 무기들밖에 없던 인류가 4000년 전에 인간이 말을 타기 시작할 때까지 단백질이 있는 동물고기를 먹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기원전 3500년 쯤에 길들여졌고, 늦어도 기원전 2000년경에는 전차를 끄는 말들이 등장했다. 힘과 속도를 위해 길들여진 말들은 농장주변에서만 유용하지 않고 전투에서도 활용됐다. 서기 1700년대 후반에 기차가 발명되기 전까지, 말을 타거나 끄는 것은 인간이 육지에서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말을 이용한 스포츠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 올림픽에서는 말 경기(마차와 승마)가 인기 있는 경기 중 하나였다. 전차 경주는 로마 제국에서 대유행이었으며, 이후 중세시대 경주와 현대 서러브레드 경주로 발전했다. 

그런데 그 역사적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1980년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간 대 말 마라톤'이 영국 웨일스의 시골 마을에서 탄생했다. 인간과 말의 경주는 경쟁이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다. 말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 그런데, 우리의 지구력과 땀은 우리가 말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 대 말 마라톤 대회는 단순한 장거리 경주를 넘어서는 요소가 있다. 산을 뛰고 물을 건너고, 울퉁불퉁한 바위를 넘어야 한다(그것을 할 수 없는 말을 위해, 말의 코스는 2마일쯤 더 길다). 고도의 집중력과 장애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별히 맞춤훈련을 하기도 어려운 산악코스를 말과 경쟁하며 뛰는 '사람 대 말 마라톤'은 인간의 능력과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놀라운 대회다. "말보다 빨리 뛰어 우승했다"고 라이트풋이 말하자 애인조차 믿지 못했다는 말을 전하며 그는 "다시 소방관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인간은 참으로 놀라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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