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은빛 강처럼 보이는 하늘의 별무리다.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은하수는 요즘엔 육안으로 관측하기 어렵다. 지상의 빛 때문이라고 한다. 1990년대 LA 대정전 때 사람들이 은하수를 보고 이상한 구름이 하늘에 나타났다고 신고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하니, 저 유명한 은하수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다. 

고대인들은 은하수에 대한 전설을 많이 만들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는 7월7일 이야기에 등장하는 다리이고, 그리스신화에서는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에게 헤라의 젖을 먹이려다, 힘센 제우스가 젖을 너무 세게 빨자 놀란 헤라가 밀쳐낼 때 뿜어져 나온 젖이 은하수라고 표현한다. 영어 Milky Way의 유래다. 아랍에서는 희생양의 털이 빠져서 은하수가 되었다고 말한다. 

은하수는 고대로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코요테와 살쾡이의 달리기 시합 때문에 생긴 먼지가 은하수라고 믿었다. / Unsplash
은하수는 고대로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코요테와 살쾡이의 달리기 시합 때문에 생긴 먼지가 은하수라고 믿었다. / Unsplash

"은하수는 코요테와 살쾡이 달리기 시합이 일으킨 먼지"

그런데,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코요테와 살쾡이가 달리기 시합을 하다 일으킨 먼지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믿었다. 인디언 신화에 종종 등장하는 코요테와 살쾡이는 치열하게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경쟁자들이다. 그중 코요테는 캘리포니아 일대에 살았던 신화적 종족인 최초의 인간을 상징한다.

거대한 땅에서 말이나 바퀴 달린 탈 것이 없이 살아온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발에만 의지해 생활해야 했고, 그것이 많은 흔적을 남겼다. 그들은 신이 사람들에게 달리라고 말하고, 짐승들이 달리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생각했다. 

서부영화에서도 유명한 나바호족은 빠르고 진지한 주자(러너)들이었다. 아침이면 '말하는 신'이 젊은이들을 깨우는데 이렇게 말한다. "일어나라, 어린 아이들아, 너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달릴 시간이다." 신들의 할아버지로 인식되는 '말하는 신'은 무지개와 햇살을 타고 여행하는 안내자였으며, 달리기 권유자요 평가자였다고 한다. 노인들은 아침에 달리는 사람들에게 신들이 보상을 내린다고 믿었다. 

1966년 버트 레이놀즈가 주연한 영화 '나바호 조'의 한 장면. 나바호는 빠르고 진지한 러너들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 imdb.com
1966년 버트 레이놀즈가 주연한 영화 '나바호 조'의 한 장면. 나바호는 빠르고 진지한 러너들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 imdb.com

나바호족의 아침 달리기

나바호족의 아침 달리기는 신성했다. 신의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행위이며, 삶을 준비하는 시간. 할아버지가 약용식물인 세이지 잎을 끓여주면, 소년들은 달리기 전에 그 약물을 마시고 속을 게워내서 몸을 정화시켰다. 아침달리기의 반환점에 이르면 자신의 몸을 탁탁 쳐 몸을 다듬었고, 친구들에게는 안마를 해주었다. 발바닥을 단련하기 위해 신발에 모래를 집어넣기도 했고, 추울 때는 입에 고드름을 물고 달리기도 했다. 

소년들은 입에 물 한 모금을 머금고 삼키지 않은 채 오직 코로만 숨을 쉬며 폐를 강화했다. 4마일, 그러니까 약 6.4km를 뛰고 나서야 물을 뱉어냈다. 겨울에는 눈속을 달렸다. 가끔 나무를 흔들어 맨몸에 눈이 쏟아져 내리도록 했다. 이런 식의 지독한 훈련을 통해 감기에 면역력이 생기고, 부지런해지고, 몸이 튼튼해지고, 날카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얼음 목욕도 했다. "나는 얼음물에 들어가 최대한 버티면서, 내 목소리를 우렁차게 만들기 위해 고함과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 다음 물밖으로 나와 모카신을 신고 성큼성큼 발으 내딛으며 집을 향해 달렸다. 달릴 때 내 온몸은 얇은 얼음층으로 덮였고, 내 몸 전체에서, 심지어는 음경에서도 딱딱 소리가 났다. 내 몸은 완벽하게 얼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최악의 상태였다.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다시 한번 눈속을 헤치며 달렸다."(토르 고타스 <러닝- 한편의 세계사> 책세상 발행)

1954년 제작된 영화 '아파치'의 포스터. 버트 랭커스터 주연. 용맹하기로 소문난 아파치족은 수많은 서부영화에 등장한다. 유명한 추장 제로니모의 일대기도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 imdb.com
1954년 제작된 영화 '아파치'의 포스터. 버트 랭커스터 주연. 용맹하기로 소문난 아파치족은 수많은 서부영화에 등장한다. 유명한 추장 제로니모의 일대기도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 imdb.com

아파치족의 혹독한 달리기

아파치족은 더 심하게 훈련했다. 사내아이들은 엄청난 고통의 훈련을 받으며 인내력을 배우고, 삶의 투쟁 속에서 중요한 덕목인 용기를 배웠다. 달리기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인한 성격을 만들어내는 통제 수단에 속했다. 

어느 아버지의 교훈은 이랬다. "새벽이 되기 전에 일어나서 산까지 달려라. 날이 밝기 전에 돌아와라. 너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하고, 나는 네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 것이다. 나는 너를 훈련시킬 것이고, 그러면 네가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 훈련이 너의 의지를 키워줄 것이다. 그리고 너의 다리는 잘 발달해서 아무도 너를 따라 잡지 못할 것이다."

무거운 짐을 달리고, 얼음물에 뛰어들고, 치고받고 싸우며, 음식을 거의 먹지 않고도 견딜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16세 소년이 되면 이제 용맹한 전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렇게 자란 아파치 용사들은 기습 공격과 신속한 철수에 매우 뛰어났다. 

백인들에게 굴하지 않았던 유명한 추장 제로니모(1829~1909)는 멕시코에서 기습작전을 활용했고, 그의 부대는 극히 험난한 지역에서도 24시간 이내에 120km를 이동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달린 이유?

워낙 많은 인디언 부족들이 달리기를 했고, 그 설화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일이 소개하기도 힘들다. 끝으로 멕시코의 원시부족 타마후마라 부족만 언급하자. <본투런 Born to Run>이라는 책의 소재가 된 이 부족은 워낙 달리기로 유명하다. 백인들과의 달리기 시합에도 나오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신비한 부족에게 달리기는 생활 그 자체다. 그들의 먹을거리는 달리기에서 나오고, 그들의 생활과 평화의 근원 또한 달리기다. 수줍고 온순하며 오직 달리기만 하는 사람들, 과학자들은 그 부족에서 인류 진화의 비밀도 풀어냈다. 

자, 왜 이렇게 달렸을까.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독 달리기를 사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달리기는 신성하고 신화적인 것이었다.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부족과 신들을 연결해 줬다. 또한 매우 실용적인 기술이었다. 이동의 수단이었으며 사냥의 도구였다.

말이 없는 부족들은 뛰어서 사냥했다. 그래서 다리를 단련해야 했고, 빠르게 달리기 위해 연구해야 했다. 호피족은 달리기가 건강을 개선하고 슬픔을 없애주고 몸을 단단하게 만들고 생기를 증신시킨다고 생각했다. 현대인의 조깅과 거의 같은 효과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들에게 달리기는 일상생활의 본래적인 일부였고, 진지한 삶의 수단이었으며 즐거운 놀이였다. 창조와 신화의 기원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으며 건강과 생존의 기술인 달리기,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달리기는 신성한 무엇이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캔서앤서(cancer answ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