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자체를 소재로 한 '달리기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멋진 달리기는 꽤 많다. 대부분 도전과 성취에 관한 영화에서, 극적인 성공이나 실패를 부각시키는 도구로 등장한다. 

실베스타 스텔론을 세계적인 배우로 만들어 준 전설적 복싱영화 <록키>, 톰 크루즈 액션 영화 시리즈의 절정판인 <미션 임파서블>, 그리고 빈스 본이 주연을 맡아 잔잔하지만 톡톡튀는 재미가 살아있는 감동의 코미디 <언피니시드 비즈니스>가 그렇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록키의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 계단 달리기. 그냥 사진만 봐도 주제음악이 떠오르고, 길에 나가 마구 달리고 싶은 욕망이 끓어오른다. / imdb.com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록키의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 계단 달리기. 그냥 사진만 봐도 주제음악이 떠오르고, 길에 나가 마구 달리고 싶은 욕망이 끓어오른다. / imdb.com

<록키>의 달리기는 '도전'... 실패할지라도 아름답다

너무 유명한 영화, 너무 유명한 장면이 있다. 별볼일 없는 삼류복서 록키가 위대한 챔피언 아폴로와 싸울 기회를 얻고는 몸만들기에 돌입한다. 아무도 그가 대등한 게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는 자신에 넘친다. 그가 처음 시작한 것은 달리기다. 

체육관 앞을 달리고 시장을 달리고 미술관을 달린다. 그리고 저 유명한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계단을 달려올라가 그 위에서 포효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이 불멸의 장면 때문에 미국의 이 유서깊은 도시의 유서깊은 미술관 앞에는 록키 동상이 세워져 있다.

마침내 경기가 벌어진다. 예상을 깬 팽팽한 접전. 거의 파괴될 듯 얻어맞은 록키가 반격에 나선다. 엄청난 폭발에 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관중들이 열광한다. 무적의 챔피언이 무너질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했다. 판정으로 가고, 록키의 판정패. 그러나 관중들에게는, 록키에게는, 승자가 록키다. 그는 졌지만, 이겼다.

이 엄청난 권투영화의 절정이 마지막 권투영화인지, 중간의 달리기 훈련인지 헷갈린다. 그러나, 주제는 명백하다. 도전하라는 것, 설령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삶이고,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승리다. 영화 속 달리기와 저 유명한 주제음악은 그것을 명확이 보여준다. 

록키의 연인 애드리안은 챔피언과 싸우게 된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베토벤은 귀 먹었고, 헬렌 켈러는 눈 멀었다. 록키는 지금 좋은 기회를 얻었다(Beethoven was deaf. Helen Keller was blind. I think Rocky's got a good chance.)". 그리고 록키는 연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키스할 거야. 너는 키스 안해줘도 돼, 만약 내 키스가 마음에 안들면(I wanna kiss ya-ya don't have to kiss me back if ya don't feel like it..)". 

록키에게 인생은 도전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름다운 도전. 그리고, 그 상징은 달리기였다. 

톰 크루즈는 정말 잘 뛰는 배우다. 많은 영화 속에서 그는 아주 진지하고 빠르게 오랫동안 뛴다. 너무 열심히 뛰어서 보는 사람이 숨찰 정도다. 특히 '미션임파서블 4'에서 보여준 달리기는 인상적이다. / imdb.com
톰 크루즈는 정말 잘 뛰는 배우다. 많은 영화 속에서 그는 아주 진지하고 빠르게 오랫동안 뛴다. 너무 열심히 뛰어서 보는 사람이 숨찰 정도다. 특히 '미션임파서블 4'에서 보여준 달리기는 인상적이다. / imdb.com

<미션 임파서블>의 달리기는 '생명'... 뛰어야 산다

톰 크루즈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배우인 것 같다. 아주 많은 영화에서 엄청나게 달린다. 그냥 조금 뛰는 것이 아니라 무척 빠른 속도로 무척 오래 달린다. 

영화사에 남을 시리즈 영화인 <미션 임파서블>의 이든 헌트는 7개의 시리즈에서 항상 달린다. 위험에 처한 아내를 찾아 마구 달리고 또 달리고, 길을 달리고, 지붕 위를 달리고, 빌딩 속을 달린다. 4번째 시리즈 <고스트 프로토콜>의 사막 모래폭풍 앞 질주장면이 일품이다. 

두바이의 첨단빌딩들과 거대한 모래사막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 멀리서부터 모래폭풍이 몰려온다. 하늘과 땅을 모두 덮어버릴 것 같은 기세다. 늦으면 모래폭풍에 잠긴다. 죽는다. 뛰어야 한다. 살기 위해서는 뛰어야 한다.

적을 해치우기 위해서도 뛰어야 하고, 사랑하는 이를 찾기 위해서도 뛰어야 하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뛰어야 한다. 이렇게 이든 헌트가 뛰었듯, 인간이 뛰면서 살아왔다. 험한 자연과 맞서 살아남기 위해 뛰었고, 사냥을 해 영양분을 얻기 위해 뛰었다.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고, 인간의 역사였다. 정신없이 달리고 난 뒤, 이든 헌트는 멋지게 말한다. "미션 완료!(Mission complished!)" 불가능한 미션도 달리다 보니 해냈다. 

이든 헌트에게 달리기가 생명줄이었듯, 우리 인간은 모두 뛰어야 산다. 

'많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위로를 주는 영화'라고 불리는 '언피니시드 비즈니스'의 주인공 댄은 우연히 마주친 베를린 마라톤 러너들 속으로 뛰어들어 개구장이 같은 달리기를 하면서 그가 이룬 성취를 자축한다. / imdb.com
'많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위로를 주는 영화'라고 불리는 '언피니시드 비즈니스'의 주인공 댄은 우연히 마주친 베를린 마라톤 러너들 속으로 뛰어들어 개구장이 같은 달리기를 하면서 그가 이룬 성취를 자축한다. / imdb.com

<언피니시드 비즈니스>의 달리기는 '성취'... 마침내 끝냈다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영화 <언피니시드 비즈니스> 속에도 달리기가 등장한다. 그냥 동네 달리기나 족보없는 경기가 아니라, 저 유명한 베를린 마라톤이다. 

아주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사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사람들. 미국의 작은 회사 직원 전원인 3명이 독일로 상담차 간다. 어벙해 보이는 3총사는 각자의 개성대로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상담에 실패하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용감하게 도전한다. 그저 솔직하게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기로 한다. 

마침내 그의 담백함이 통해 계약을 성사시키고 나온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베를린 마라톤이었다. 그 세계적 대회 때문에 숙박할 곳도 못찾아 온갖 해프닝이 생기게 된 바로 그 대회.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을 지켜보던 주인공 댄(빈스 본)은 충동적으로 그들 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함께 뛴다. 신이 난다. 흥겹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비즈니스가 마침내 성공적으로 끝나고, 환희를 만끽한다. 

달리기는 그 자체가 환희다. 몸이 즐거워한다. 마라톤은 그 환희의 결집체이다. 완주의 보람을 주고, 인생의 작은 성취들을 쌓아가는 경험을 준다. 수많은 동지들의 환희가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더이상 기쁠 수가 없는 집단적 경험이다. 내가 이룬 작은 성취가 자랑스럽고, 함께 기뻐할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 좋다. 그들 중 한명임이 고맙다.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환호작약하며 베를린 마라톤을 뛰는 댄을 보면, 그냥 머릿속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이 흐른다. 환희의 송가다. 마침내 해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나는 해냈다. 그냥 나 자신의 본래 모습을 통해. 마라톤, 성취하지 못해도 즐거운 경험이지만, 성취하면 끝모를 환희가 기다린다. 그것이 인생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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