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으로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있다. 움직임이다. 그냥 움직임이 아니라, 오래 뛰는 움직임이며, 무겁게 드는 움직이고, 흥겹게 춤추는 움직임이다. 수백만년, 짧게는 수천년 동안 갈고 닦아온 우리 몸 속의 본능적 능력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우리는 평소 강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런 강력하고 깊은 주제를 우리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경험담, 자기 자신의 운동이야기, 춤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있다. 건강심리학자이며 스탠퍼드대 심리학 강사인 켈리 맥고니걸의 '움직임의 힘(The Joy of Movement)'(박미경 옮김, 로크미디어 발행)이다. 

오래 달리기(인듀어런스 런)라는 가장 인간적인 운동뿐 아니라, 웨이트트레이닝이나 요가 같은 전혀 다른 움직임들도 인간을 자극하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준다는 통찰력을 보여준 이 책의 일곱개의 챕터들 속 아주 멋진 대목들을 통해 우리가 왜 운동해야 하는지를 맛보시라. 

Chapter 1. 끈질긴 노력 끝에 맛보는 짜릿함

짜릿한 기분은 우리가 끈질기게 노력할 수 있도록 그저 우리의 생명 활동에 심어졌을 뿐이다. 자연선택을 통해 우리는 목표를 추구하고 힘들 때도 계속 나아갈 능력을 얻었다. 러너스 하이는 우리를 더 큰 목표로 나아가게 하는 일시적 보상이다. 사람들이 흔히 불굴의 의지를 발휘한 후,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경험을 보람 있게 느낀다.... 당신도 힘겨운 상황에서 포기하지 말고 기어이 해내는 경험을 맛봐야 한다.

▶러너스 하이는 달리기가 주는 마약같은 즐거움이다. 진화와 생존을 위해 자연이 준 선물이라고 한다. 열심히 움직이면 기쁘다는 것을 알아야 열심히 사냥하고 열심히 돌아다니게 되니까. 그런데, 그 움직임은 굳이 달리기가 아니어도 된다고 한다. 그저 강력한 의지를 발휘해 지속적으로 뭔가를 하고, 그것을 해내면 짜릿함을 얻게 된다. 성취감!

Chapter 2. 푹 빠지기

운동을 전혀 즐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장담컨대 대부분 ‘운동가’로 거듭날 경험이나 유형이나 공동체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당한 경험과 유형, 장소와 시간이 결합되면, 운동을 평생 멀리했던 사람도 운동에 푹 빠질 수 있다.

▶운동에 누군가를 입문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일단 시작한 사람에게 운동을 못하게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일단 한번 푹 빠져보면, 누구나 그 즐거움을 알게되고, 그것을 멈추면 매우 강력한 '금단현상'의 저항을 겪게 된다. 마라톤을 뛰고 난 뒤 "내가 다시 뛰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장담하던 사람이 다시 대회에 등록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Chapter 3. 집단적 즐거움

인간은 자연스럽게 동기화된다. 움직임뿐만 아니라 생리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다른 사람과 연결됐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심장 박동과 호흡, 심지어 뇌 활동까지 보조를 맞춘다. 어떤 집단에 소속되면, 분명한 지시를 받지 않을 때조차 움직임과 호흡에 동기화된다. 또 사람들은 컴퓨터에서 생성된 완벽한 리듬보다 다른 사람의 다소 불규칙한 맥박에 더 정확하게 동기화된다.

▶함께 뛰어야 오래 뛰고, 더 잘 뛸 수 있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그렇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도 사실, 그 깊은 마음 속에는 공감과 동행의 갈망이 있다. 운동은 그것을 마음껏 표현하고 즐기는 계기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오래 달리기를 축제로 즐기는 유일한 동물이다. 마라톤대회 출발선에 섰을 때의 행복감, 경험해 봐야 아는 기쁨이다. 

Chapter 4. 마음껏 움직여라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 때, 우리는 몸속 신경계에 길을 낸다. 그래서 나중에 그 노래를 들으면, 예전에 낸 길을 따라 즐거운 기분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내가 오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면, 즐거움의 근육 기억을 쌓아서 미래의 나에게 감동할 노래를 더 많이 선사하는 셈이 된다.

▶그냥 마음대로, 마음껏 움직이면 된다. 마음이 동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면 된다. 몸과 마음의 조화가 이뤄지는 순간이 열린다. 물론,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몸의 논리, 그 종목의 논리를 배워야 한다. 아는만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는만큼 잘 할 수 있다. 잘 하게 되면, 기쁨도 함께 얻게 된다. 마음껏 움직여라.

Chapter 5. 장애물 극복하기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마음 먹었다. 결심을 실행하기로 한 날, 마지막으로 땀이나 쭉 빼고 죽고 싶어서 헬스클럽에 갔다. 그날따라 데드리프트로 185파운드(약 84킬로그램)를 들어 올렸다. 최고 기록이었다. 바벨을 내려놓는 순간, 죽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오히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내가 얼마까지 들어 올리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코로나19 우울증을 날리고 싶다면, 뛰어라. 깨질 듯 복잡해진 머리를 맑게 하고 싶다면, 뛰어라. 풀리지 않는 일들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온다면, 뛰어라.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의욕이 사라졌다면, 뛰어라. 방향을 못찾고 방황하고 있다면, 뛰어라. 달리다 보면 마음이 정리되고 에너지가 솟아나고 길이 보인다. 몸과 마음의 합일에서 지혜가 생겨난다. 

Chapter 6. 삶을 포용하라

캐나다의 드넓은 강에서 카누를 즐기는 한 남성은 ‘노를 젓다 보면 내 안에서 나쁜 기운이 싹 빠져나갑니다. 근심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고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립니다. 강물이 유유히 흐르듯 세상일도 다 이렇게 흘러갈 텐데, 적정해서 뭐하겠습니까?“라며 자연에서 자신의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했다.

▶세상도 타인도 나 자신도 때때로 내 마음에 차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럴 때 자연 속에서 운동을 하면, 카누를 타고 노젓는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고, 울창한 숲 속에서 태극권의 유연함을 즐기며 수련하는 도인을 떠올려 보면, 높고 험한 산을 함께 땀흘리며 오르다보면, 기나길 길을 호흡을 맞춰 달리다 보면 세상 모두를 품을 수 있음을 알게된다. 설령 자신과 달라도, 그들이 있어 행복함을 알게된다. 

Chapter 7.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울트라 인듀어런스 선수들은 오로지 현재에 집중했다. 너무 멀리 내다보면 오히려 압도당할 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엄마나 더 가야 끝날지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한 랩만 더, 1마일만 더, 혹은 한 발짝만 더 나아가는 데 전념한다고 한다.... 거의 모든 선수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힘을 얻는다.... 하나님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끝까지 해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하고, 달릴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고 기도했다.

▶소확행. 작은 행복을 찾다 보면, 인생 전체가 행복해진다. 작은 성과 만들기는 자기계발의 키 포인트다. 실물감 있는 작은 목표들을 성취해 가다보면 성공공식에 익숙해지고 삶 자체가 성공적이게 된다. 마라톤, 울트라 마라톤을 뛰다보면, 까마득한 절망감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때 그것을 이기는 방법은 다음 1km 표지판까지, 다음 급수까지, 저기 가는 저 친구 따라잡기까지만 열심히 뛰어보자는 목표를 갖는 것이다.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떠올리면서 에너지를 끌어모아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면, 42.195km 마라톤도 끝이 나게 된다. 인생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