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다가, 참으로 반가운 기사를 만났다. 달리기 관련 책들이 잘 팔린다는 것. 더 반가운 것은 달리기 관련 책 여러 권을 엮은 기사가 책 페이지 톱으로 편집됐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좀 이례적이지만 다른 언론의 기사를 소재로 달리기 이야기를 하려한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안철수, 21세기북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샘터사)

마인드풀 러닝(김성우, 노사이드)

이왕 시작한 거 딱, 100일만 달려볼게요(이선우, 설렘)

아무튼, 달리기(김상민, 위고)

이렇게 6권의 책이 '시각적'으로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이밖에도 많은 책들이 나와 있어, 현재 20권 정도가 어느 정도 팔리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코로나19로 혼자 하는 운동이 바람을 타고 있는 현상 중 하나란다. 이유야 무엇이든 반가운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워낙 유명한 고전에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코너에서도 따로 다룬 바가 있기 때문에 생략하고 나머지 5권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달리기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겠다. 

'아무튼, 달리기'의 표지 일러스트에 화제의 달리기 책 5권 표지를 합성한 조선일보의 일러스트에 '아무튼, 달리기'의 표지를 더했다. / 조선일보 캡처
'아무튼, 달리기'의 표지 일러스트에 화제의 달리기 책 5권 표지를 합성한 조선일보의 일러스트에 '아무튼, 달리기'의 표지를 더했다. / 조선일보 캡처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안철수, 21세기북스)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이었으면 못 다뤘을 것 같은 책이지만, 지금은 부담없이 쓸 수 있다. 정치인 안철수는 왠지 유약해 보였다. 한때 국민적 정치인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세 확보에 실패하거나, 선거에서 양보하면서 이른바 '철수정치'를 했다. 그래서 그의 한계를 스스로 만드는 것 같은 양상이었다. 그런데, 그가 어느날 독일에서 베를린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국토종단 달리기에 나섰다. 갑자기 마스터스 마라토너 안철수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 책의 저자 안철수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러너로 거듭나 달리기의 세계에 빠져든 계기부터 달리기의 좋은 점, 마라톤 대회 에피소드와 노하우를 소개하고, 세계 곳곳에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간다. 뮌헨에서 우연히 10km 대회에 참가한 뒤, 어느새 꾸준히 달리기를 연습하고 풀코스에 도전하는 달림이가 되어 버렸다. "달리기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며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이끌어 주었다." 안철수의 고백은 나의 고백이기도 하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샘터사)

나는 달리기가 일종의 선(禪)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선(走禪)이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몰입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이 책도 그러하다. 달리기, 왜 그리 힘든 일을 하느냐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몰입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달리기 자체가 우리 몸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몰입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하며 몰입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세계적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크리스틴 웨인코퓨 듀란소, 필립 래터 공저)는 몰입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몰입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일상적으로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살면서 무언가에 몰입했던 순간보다 강렬한 기억은 거의 없다. 몰입의 순간은 인생을 살만하다고 느끼게 한다. 목표를 이루고자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와 같은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몰입의 큰 장점이다.... 산길이나 시골길을 달릴 경우 기술적으로 넘어서야 할 과제들과 맞닥뜨리지만, 동시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생각을 가다듬게 한다. 해변에서 달리면 파도 소리 때문에 명상하듯 생각에 열중하게 된다." 달리기의 몰입을 설명하는 이 대목이면, 충분하다. 근질근질, 달리고 싶어진다. 

케냐 선수들은 산에서 맨발로 달리며 빨리 달릴 수 있게 되지만,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잘 달리는 것. 자연과 함께하고 자신을 발견하며 잘 달리는 것이 빨리 뛰는 비결이다. / 캔서앤서DB
케냐 선수들은 산에서 맨발로 달리며 빨리 달릴 수 있게 되지만,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잘 달리는 것. 자연과 함께하고 자신을 발견하며 잘 달리는 것이 빨리 뛰는 비결이다. / 캔서앤서DB

▶마인드풀 러닝(김성우, 노사이드)

케냐 선수들은 잘 뛴다. 빠르게 뛴다.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이뤄졌고, 체험담도 많다. 기본적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맨발로 거친 산길을 뛰면서 앞발끝 착지를 비롯한 탄력있는 자연적 달리기를 하는 것이 케냐 선수들의 탁월함이 가능한 이유다. 이 책의 저자 김성우 청년은 인생의 고통을 극복하고, 온몸으로 달리기의 본질을 탐구하겠다고 케냐로 갔다. 빠르게 뛰는 그들의 비결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배운 것은 잘 뛰는 것이다. 빠르게 뛰는 것은 잘 뛰는 것에 따라오는 부산물 같은 것.  

‘마인드풀 러닝‘은 달리는 횟수, 시간, 속도와 같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호흡과 속도에 맞추어 나를 위해 달리는 나만의 달리기를 뜻한다. 자기만의 페이스로 자신을 위한 달리기를 하다 보면 이전에 할 수 없던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케냐에서 발견한 달리기의 비밀이다. 저자가 케냐에서 배운 것은 이렇다. "우리도 나만의 페이스로 나를 위한 달리기를 하다 보면 이전에 할 수 없었던 달리기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달리는 그 순간 자체가 행복하고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것이 달리기의 매력이고, 마인드풀 러닝이다.

▶이왕 시작한 거 딱, 100일만 달려볼게요(이선우, 설렘)

50세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었는데, 몸은 이제 중년이 되었다. 흰머리와 갱년기. 뭔가 해야했다. 그래서 무작정 달렸다. 그냥 시작한 새벽달리기. 어느새 100일, 총 1180.95km를 뛰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뛰기로 한 것은 아니다.  딱 10일만 뛰어보려 했다. 10일이 30일이 되고, 30일이 100일이 되었다. 주변에서는 걱정도 만류도 많았지만, 조금씩 강해지는 몸을 느꼈다. 몸이 무거운 날도, 피곤한 날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100일을 뛰었고, 그것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매일매일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었다. 달린 후 활력이 넘치고 건강해지는 기분,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 이런 것들이 달리는 동력이 되었다. 한 남편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에서, 50대가 되어 자신만의 꿈을 꾸며 새롭게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세상이 불확실할 때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야 한다. 100일 동안 매일 5시 반에 10km 달리기. 그 단순한 일에 나는 삶의 의미를 부여했다. 매일 달성하고 기록함으로써 하루하루 성공 경험을 쌓아 갔다. 삶은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과정은 결과를 만났을 때만 유의미하다. 성공이든 실패든 해 봐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 단순한 생각이 필요할 때, 하루의 생활에 지쳐 모두 있고 또다른 내일을 맞고 싶을 때,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 된다. / 캔서앤서DB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 단순한 생각이 필요할 때, 하루의 생활에 지쳐 모두 있고 또다른 내일을 맞고 싶을 때,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 된다. / 캔서앤서DB

▶아무튼, 달리기(김상민, 위고)

낮에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는 김상민. 글을 쓰다 막히면 러닝화를 꺼내 든다고 한다. 이 책의 필자소개 코너에는 이렇게 그가 소개돼 있다. '달리기라는 몸과 나누는 솔직한 대화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5,000km를 달렸다. 주로 늦은 밤에 성수동과 중랑천 일대를 달린다. 2017년 파리를 시작으로 포틀랜드, 베를린, 시카고, 오사카 그리고 서울에서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목표한 거리를 달리고 나면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 혹은 위로 속에 살아간다.' 

날카로운 감각으로 마케터를 하고, 글을 쓰려면 푸근한 어떤 것이 필요한 지 모르겠다. 복잡하게 얽힌 세상의 이해관계들에만 잠겨있으면 큰 시선을 가질 수 없을 터. 단순명쾌해야 멀리 볼 수 있지 않을까. 달리기는 그에게 꼭 필요한 그것을 가져다 줬다. "달리면 모든 게 단순해진다. 아무리 무거운 고민이라도 달리기 시작하면 점차 그 부피가 줄어든다. 몸이 바쁘게 돌아가니 평소처럼 복잡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다. .... 늦은 밤이어도 무거운 마음 하나가 일상 전체를 짓누른다 느낄 때면 기어코 운동화 끈을 고쳐 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한 생각이 필요한 우리 모두는, 지금 뛰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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