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필요에 의한 발명품이지만, 때로 속박이 되기도 한다. 드레스 코드는 문명의 상징처럼 성장해 왔지만, 그것이 신분의 차이, 문화의 차이라도 되는 것처럼 인식되면서 그에 대한 저항이 개성의 외침처럼 되기도 했다.
달리기의 관점에서 '운동 드레스 코드'를 보자면 요즘 대세는 레깅스다. 요가복에서 일상복으로, 달리기 유니폼으로 자리를 잡은 레깅스. 이 트렌드에서 문화와 건강을 읽어보자.
레깅스 달리기-등산, '건강한 여성' 선언
운동을 하는 내 모습은 아름답다. 신선하고 강인하고 자부심 가득하다. 자긍심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많은 요즘, 잘 갖춰입고 공원이나 산책로를 달리는 모습은 재미있고 자랑스럽다.
게다가 몸매까지 받쳐준다. 그렇다면 레깅스다. 헬스클럽에서든 공원 산책로에서든 달리는 사람들은 신선하다. 그들 중 여성 대부분은 레깅스를 입고 있다. 자신감이 넘쳐난다.
이런 모습을 '건강한 여성성(fit feminity)'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여성성이다. 부드러움의 전통적 여성성과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개성이 넘치는 신세대적 여성성이 결합해 있다. 그냥 의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의 문제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하면서 드러내는 것, 공개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SNS에 스스로를 중계하기도 한다. 자신의 몸을 아름답게 유지하는 것도 드러내는 것도 자신의 역량의 문제다. 운동 용품을 만드는 회사들의 상술이 결합되어 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운동사회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성미와 건강미에 대한 적극적인 추구가 담겨있다고 말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NZ Herald는 이런 현상을 새로운 트렌드로 선언하고 있다. "여성의 이상적 몸매가 변하고 있다. 마른 몸에서 마르고 짙은 색조의 몸으로, 또 짙은 색조의 모래시계 몸매로 수십년간 변해왔다.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지만, 아직은 모든 여성이 갖지 못한 트렌드다."
여성의 소비력과 건강을 추구하고 외모를 가꿀 수 있는 능력과 직결된 것으로 분석되는 레깅스 바람은 자신있는 새로운 여성들이 "나는 나, 내가 자랑스럽다. 내 개성을 드러내는 나는 자유롭다"라고 외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남성들도 따라하고 있다.
레깅스를 입고 운동해야 하는 10가지 이유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입는 콤프레션 쇼츠는 레깅스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레깅스의 사촌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한 운동복 전문사이트에서 소개한 '레깅스를 입고 운동해야 하는 10가지 이유'를 중심으로 각종 운동매체들이 강조하는 레깅스 운동의 장점들을 소개한다.
1. 근육의 피로를 덜어준다 = 컴프레션 쇼츠는 운동 중 피로를 줄여줌으로써 운동 성과를 극대화시킨다. 남성용 드로즈 같이 생긴 압박 반바지인 컴프레션 쇼츠는 짧은 버전의 레깅스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브랜드에 있는 이 의상은 근육통과 피로를 줄여주기 때문에 더 잘, 더 빨리,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2. 근육손상을 예방한다 = 압박의류는 근육이 충격에 의해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염좌의 위험을 줄여준다. 전문가들은 때로는 손상된 근육이 회복되는 것을 돕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냥 패션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레깅스가 운동 중 충격으로 인한 근육손상을 예방하고 회복을 돕는다는 뜻이다.
3. 근육통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 압박 반바지와 레깅스는 지연성 근육통을 감소시켜 준다. 과도한 운동 또는 익숙하지 않은 중강도, 고강도의 운동 후 서서히 나타나는 근육통인 지연성 근육통은 운동 후 12~48시간에 강하게 나타나는데, 레깅스, 보호대 같은 압박장비가 이런 근육통을 감소시켜 준다.
4. 자극인지도를 높인다 = 격렬한 스포츠나 인내심이 필요한 운동을 할 때, 자극과 에너지 투입에 대한 인지도를 레깅스가 민감하게 해준다. 즉, 운동 시간을 더욱 참을만한 것으로 생각하게 하고, 운동 성과 또한 향상시켜 준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레깅스, 바이크 쇼츠, 니삭스 같은 압박 의류가 지구력 경주자의 자극 인지도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5. 힘/점프력을 증대시킨다 = 레깅스는 탄성 있는 점프력을 선물한다. '러너스 월드'는 압박장비가 운동 후 점프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고 보도한 바 있다. 헬스클럽에서도 레깅스를 입고 있다면, 러닝머신과 같은 지구력 운동을 격렬하게 하고, 점핑이 들어간 운동에서 탄성을 부여해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해준다.
6. 근육 내 산소투과율을 증가시킨다 = 운동 중 근육이 제 기능을 다하려면 산소가 꼭 필요하다. 압박의류는 근육에 전달되는 산소의 양을 증가시키도록 설계된다. 몸을 적절히 압박해 혈류를 개선하고 근섬류의 산소투과율을 높여준다. 짧고 굵은 운동에서 특히 운동성과를 높여주게 된다.
7. 편하다 = 레깅스를 입고 뛰면 바람에 대한 저항이 줄어든다. 쓸리지도 않고 펄럭이지도 않아 운동하기 편하다. 운동복이 기어올라가는 일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 민망한 부위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헐렁한 복장으로 격렬하게 운동을 할 때보다 오히려 안전하다.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다.
8. 근력회복을 도와준다 =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동안에도 레깅스는 근육의 회복을 도와 수행능력을 높인다. 고강도 근력운동 이후 힘이 빠지는데, 이때 힘의 원상복구를 도와주는 것이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도 압박의류가 근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저항력 훈련 이후의 근력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동의하고 있다.
9. 고강도 훈련 뒤 스트레스 회복력 증가시킨다 = 고강도 훈련을 하고 나면 회복기간이 상당히 길고 고통스럽다. 레깅스를 입고 이런 운동을 하면 신체의 긴장상태 회복을 도와준다. 만약 초보자라면, 꾸준한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레깅스를 입고 하는 것이 좋다. 피로가 길게 쌓이면 운동을 하기 싫어지게 마련이다.
10. 성징/근육을 드러내고 보호한다 = 남성이든 여성이든 밀착된 압박의상은 건강한 근육을 드러낼 수 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몸관리의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기능성이 첨가된 제품들은 몸의 은밀한 부위들을 탄탄하게 잡아준다. 남성 선수들의 경우, 낭심 보호 부위가 있는 압박의류를 입으면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다.
레깅스 입고 운동할 때 의학적 주의사항 5가지
러닝쇼츠를 입고 마라톤을 하면 탄탄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좋고, 허벅지가 아파지지 않아 좋고, 사타구니 쓸림이 없으니 더욱 좋다. 그렇지만, 레깅스의 장점인 몸에 착 붙는 편안함은 한편으로 혈액순환 장애, 질염, 정자 및 전립선 위험 등 매우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달리는 의사' 이동윤 원장의 지적을 중심으로 레깅스 입고 운동할 때 주의할 점 5가지를 정리한다.
1. 필요 이상의 압력을 혈관에 가해 혈류장애 유발한다 = 레깅스 같은 압박의류는 자칫 다리에 필요 이상의 압박을 가하게 되고, 피부 가까이 있는 표재정맥 중 특히 더 가느다란 정맥인 모세혈관, 망상정맥 등에 영향을 미친다. 미세한 혈류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하체의 정맥들이 심하게 압박 받지 않는지 점검하고 운동복을 입는 것이 좋겠다.
2. 압박용 스타킹과 레깅스를 혼동하지 말자 = 레깅스는 압력을 설계한 제품이 아니라 디자인 위주 이기 쉽기 때문에 '순환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맥류 압박스타킹은 20~30mmHg 압력으로 다리의 발목, 종아리, 허벅지에 각각 100%, 70%, 40% 단계별 압력을 주게 설계돼, 꽉 잡아줘야 할 부위는 잡아주고 느슨하게 풀어줄 부위는 풀어줌으로써 원활한 혈액순환을 유도한다.
3. 레깅스 오래 입는 여성은 질염 주의해라 = 레깅스가 곧 질염의 원인인 것은 아니지만,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나일론, 폴리에스터, 레이온, 아크릴 등 합성섬유인 레깅스를 오래 착용하면 외음부가 습해지고, 마찰로 인한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직업상 계속 레깅스를 입는 경우라면, 천 소재 팬티라이너를 사용하고, 비자극성 여성청결제로 외음부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4. 레깅스 오래 입는 남성은 고환 압박 체크해라 = 남성의 음낭과 고환은 밖으로 돌출되어 체온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해 양질의 정자를 생산하게 된다. 레깅스를 오래 따뜻하게 밀착 착용하면 고환 온도가 상승해 정자의 운동성 및 정자수가 감소할 수 있다. 또 혈류장애, 고환염, 부고환염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늘 압박해소에 주의하자.
5. 허약체질이라면 착용시간을 줄여라 = 민망함을 줄이겠다고 탄탄하고 도톰한 레깅스를 선택하고 오래 입으며 사타구니 부분이 습해지고 균이 증식하게 된다.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남성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정하게 규정할만한 착용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허약체질이라면 1시간 미만만 착용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사람도 통풍성 좋은 제품을 선택하고, 가능하면 운동할 때만 착용하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