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맨발은 아주 강한 탄력을 갖고 있어 건강한 발이라면 맨발로도 거뜬히 뛸 수 있다. 반대로 건강한 발을 갖고 싶다면 맨발달리기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기자가 한 육상 트랙에서 맨발로 달리고 있다. / 캔서앤서DB
사람의 맨발은 아주 강한 탄력을 갖고 있어 건강한 발이라면 맨발로도 거뜬히 뛸 수 있다. 반대로 건강한 발을 갖고 싶다면 맨발달리기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기자가 한 육상 트랙에서 맨발로 달리고 있다. / 캔서앤서DB

사람은 달리도록 진화했다. 그것도 오래, 빨리 달리도록 진화했다. 사람의 골격과 근육, 인대는 달리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많은 부분들이 달리기를 할 때 이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달리기를 하지 않는 유인원들에게는 발달하지 않은 조직들이 달리는 인간들에게는 달려있다. 

그러니, 인간의 몸은 달리기 기계다. 그 기계를 기계답게 사용하면 더 잘 뛰게 되고, 기계를 다르게 사용하면, 그 기계의 기능과 구조에 문제가 생긴다. 

사람의 발은 원래 맨발로 달리도록 만들어졌다. 맨발로 뛸 때 잘 뛸 수 있고, 더 빨리 뛸 수 있다. 과거에 신발이 있어도 그저 발을 직접적 가해로부터 보호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 50년 정도, 신발은 쿠션으로 발을 감싸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우리의 발은 원래의 기능이 점점 퇴화하고 있다. 아주 빠른 속도로. 200만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가 50년 남짓 시간에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런 달리기 철학에 입각해 자신의 생활과 건강, 그리고 달리기를 형성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백우진 작가다. 그는 기자였다가, 다양한 언론 활동을 했고 번역도 하고 글쓰기 교육/사업도 하지만, 무엇보다 몇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다. 

그가 쓴 책 <나는 달린다, 맨발로>는 2015년 발행된 아주 중요한 책이다. 그는 자신이 한국 최초의 풀코스 완주 마스터스 마라토너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맨발달리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다. 기자도 그중 한 명. 아직 풀코스를 뛸 만한 실력은 없지만, 수시로 맨발달리기 훈련을 하고, 그에 버금가는 방법인 앞발끝 착지 달리기를 평소 일상화하고 있다. 상당부분 백우진 작가 덕분이다.  

한국 마스터스 마라톤에서 아주 중요한 책인 <나는 달린다, 맨발로>에서 핵심적 구절들을 소개하면서, 그 의미를 풀어봤다. 

2015년 발간된 백우진 씨의 책 '나는 달린다, 맨발로'. / 캔서앤서DB
2015년 발간된 백우진 씨의 책 '나는 달린다, 맨발로'. / 캔서앤서DB

신은 사람을 맨발로 달리도록 창조했지만, 사람은 신발을 발명했다.... 사람이 맨발로 달리도록 태어났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좋은 신발을 두고 굳이 맨발로 달려야 하나... 맨발, 너나 실컷 즐겨라.

맨발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사실, 우리가 몸의 원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냥 생존이 목표이고 잠깐 머물다 가면 된다면 그렇다. 그렇지만 요즘 우리는 엄청 오래살고, 생존을 넘어선 문화로서의 삶을 즐겨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몸이 강인해야 하고, 그러자면 우리몸의 원리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 철학? 우리가 사람됨을 챙기기 어렵지만 사람됨을 챙겨야 하듯, 사람몸됨이 적응하기 어렵더라도 제대로 살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달리기도 그렇다. 

 

신발만 놓고 따져보면, 신지 않아서보다 신어서 발에 탈이 생긴다. 음식을 못 먹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먹어서 병이 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의 맨발은 훌륭한 기능을 가진 건축물이다. 레오나드로 다 빈치는 우주에서 가장 훌륭하다고까지 극찬했다. 발바닥의 아치와 아킬레스건으로 대표되는 놀라운 기능이 세상 그 어떤 동물보다 효율적으로 오래달리기를 할 수 있는 발을 선물했다. 발바닥의 아치가 갖는 탄력은 어지간한 압력을 소화해낼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런데, 쿠션 좋은 신발을 신으면서 우리의 발은 그 탄력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체중을 버틸 힘도 없도 오랫동안 뛰어도 지치지 않을 능력도 상실했다. 그래서, 약해진 발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신발이, 사실은 우리 발을 약하게 만든 원천적 책임을 갖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 빨리 달리면 빨리 지친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막상 출발선 앞에 서면 흥분하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빨리 달리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자신의 평균속도보다 느리게 달리는 것이 좋다. 속도는 차츰 올라가게 마련이다. 천천히 달려야 오래 달릴 수 있다. 

사람은 오래 달릴 수 있게 만들어졌다. 몸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그렇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그 기능을 많이 상실했다. 그러니, 몸의 컨디션을 만들어가야 한다.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달린다고 상정하면, 절반 즉 초반 하프보다 후반 하프를 빨리 달린다는 마음이면 좋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오버페이스를 하게되고, 전체 달리기를 망칠 수 있다. 인생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물론 빨리 강하게 성취해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설령 나중에 지체되더라도 일단 빨리 달려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존중하지만, 무사히 완주하고 싶다면, 너무 속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벚꽃 활짝 핀 한 달리기 훈련 코스에서 맨발로 달리고 있는 백우진 씨. / 페이스북 캡처
벚꽃 활짝 핀 한 달리기 훈련 코스에서 맨발로 달리고 있는 백우진 씨. / 페이스북 캡처

척추에 관한 한, 인류는 네 발로 다니는 시간을 갖거나 네발 보행과 같은 힘이 근육과 골격에 가해지는 운동을 해야 한다....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초식의 장점과 육식의 이점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았다. 

직립보행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인데, 잘 아는 바와 같이 다양한 부담도 가져다 주었다. 중력을 곧추 선 척추가 그대로 받으면서 생기는 압박 때문이다. 사실 우리같은 달리기주의자들은 이제 '직립보행'이 아니라 '직립주행'이라고 말하지만, 달리기를 빼고 직립과 보행만을 남긴다면, 우리의 척추와 몸속 장기는 중력에 눌려 납작해지고 탄력과 기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척추를 위해 네발보행 같은 수평운동을 해줘야 하고, 내장을 위해 줄넘기 같은 탄력운동, 허리돌리기 같은 몸통 회전운동을 해줘야 한다. 가벼운 달리기만으로 모두 해결되지만, 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척추와 내장의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몸이 그렇듯, 먹는 것도 육식과 채식 사이의 절묘한 타협이 필요하다. 

 

기록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나는 자책하는 투로 말한다. "마라톤에 입문한지 10년 동안 기록을 20분 단축했어. 1년에 고작 2분 줄인 셈이니, 기록 단축을 기준으로 하면 달팽이 페이스였지."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대개 "나이가 들수록 기록이 밀리는 게 당연한데 단축했으면 대단한 거 아니야?"라며 나를 위로한다. 

달리기가 위대한 것은 우리가 병들어 눕지 않는 한,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를 좀 먹어도, 과거의 기준으로 볼 때 살아 활발하게 활동할 시점에 들어있는 한, 인체의 거의 모든 부분들이 30대를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하지만, 달리기는 발전해 갈 수 있다. 60대 중반에 가장 좋은 기록이 나온다는 이론도 있고, 마라톤 대회에서 잘 뛰는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5060세대다. 물론 운동선수급의 예외적 젊은이들도 있지만 일반적 마스터스 마라토너의 경우, 그렇다는 말이다. 오래달리기는 오랜 시간동안 인간의 생존조건이요 삶의 지혜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런 대목이 많이 남아있다. 뛰어보면 안다. 그럼 조금더 건강해지고, 조금더 젊어지고, 심지어 조금더 지혜로워졌다는 느낌을 금방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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