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호잇(Team Hoytㆍ팀 호이트)'을 아는가?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이 하나도 없던 아버지 딕(Dick) 호잇과 태어날 때부터 불구의 몸으로 세상에 나와 걷지도 뛰지도, 심지어 일어나 앉지도 못한채 살아가고 있는 아들 릭(Rick) 호잇이 '팀 호잇' 멤버다.
그들을 왜 알아야 하냐고?
팀 호잇이 해낸 놀라운 일들 때문이다. 그들은 1977년부터 2016년까지 40년간 마라톤 72회 완주, 트라이애슬론 257차례(철인코스 6회) 등 1130개의 대회에서 완주했다. 보스턴 마라톤만 32회 완주의 대기록을 갖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다. 아버지가 특별히 제작된 휠체어를 밀면서 뛰고, 고무보트에 아들을 태우고 앞에서 끌면서 헤엄치고, 자전거의 앞부분에 보조안장을 설치해 거기에 아들을 태우고 사이클링을 한다. 완주만 해도 대단할텐데, 규정시간을 준수하면서 멋진 레이스를 펼친다. 그냥 한번 이벤트를 펼친 것이 아니라 삶 전체가 도전이고, 그 도전에서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감동할만하지 아니한가?
뇌성마비 릭 호잇 "뛰고 싶어요"
보스턴마라톤의 상징이 된 팀 호잇의 아들, 릭은 탯줄이 목에 감겨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성마비로 태어났다. 생후 8개월, 의사는 릭이 혼자서는 걸을 수도, 앉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다.
1977년, 15세의 릭은 부상당한 운동선수 치료비 마련을 위한 8km 자선달리기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컴퓨터 의사소통장치를 통해 말했다. 달리기 연습조차 해본 적 없던 아버지 딕은 아들의 소망을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휠체어를 개조해 아들과 함께 달리기로 한다. 첫 달리기의 성공적 완주.
"처음으로 몸에서 장애가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집으로 돌아온 릭이 컴퓨터로 한 말이다. 비극적 삶에 희망의 빛이 비쳐들었다.
이후 그들은 '팀 호잇'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전했다. 마라톤 완주에 도전했고, 보스턴 마라톤에는 꼬박꼬박 참가했다. 1992년엔 45일에 걸쳐 6000km에 이르는 미국 대륙을 자전거와 달리기로 횡단을 했고, 트라이애슬론을 통해 '철인' 호칭도 받았다.
사이클과 자전거는 그렇다 치고, 도대체 수영은 어찌할 수 있었을까. 고무보트까지 아들을 안고 가 보트에 태우고, 자신의 허리와 보트를 끈으로 연결하고 수영을 했다.
철인경기는 3종의 경기를 (정규코스에서) 완주한 사람에게 '아이언맨' 즉 철인이라고 이름 붙여주면서 생긴 이름이다. 어지간히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도전하기 힘든 익스트림 스포츠인데, 보통사람이었던 아버지가 앉지도 걷지도 못하는 아들을 밀고 업고 하면서 멋지게 해냈다.
"Yes, You Can"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Yes, you can", "그래, 너는 할 수 있어" 이 말은 팀 호잇이 등장하는 곳곳에서 따라다니는 캐치프레이즈다. 기쁨에 겨워 입을 벌리고 신음만을 토해내는 릭을 향해 아버지와 관중들이 외치는 말이고, 팀 호잇의 놀라운 도전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경험을 하고 난 뒤 릭이 컴퓨터로 외친 말이다. "나는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
릭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보스턴대학에 진학했다. 9년간의 노력 끝에 1993년 특수교육 전공학위를 받았다. 1989년엔 '호잇재단(the Hoyt Foundation)'을 설립해 장애인들의 행복한 삶을 돕고 있다.
호잇재단은 미국의 젊은 장애인들이 일상생활, 가정과 사회 속 다양한 체험들, 집이나 학교와 직장에서의 체육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자아형성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딕 호잇 별세, 보스턴이 울었다
아버지에게 영감을 준 릭의 투지와 도전도 대단하지만, 그 아들에게 자유를 경험하게 하고, 아들과 달리는 것에서만 의미를 찾은 딕 호잇이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냈고, 아주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으며, 무엇보다 뇌성마비 아들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아버지'라는 명칭이 따라 다니는 딕은 매사추세츠주 홀랜드 자택에서 잠을 자다 영면했다. 심장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리기 선수도 아니었고, 특별히 달리기를 좋아하거나 평소 훈련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던 딕은 아들과 함께 한 첫번째 마라톤 완주에서 16시간 14분이나 걸렸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대회에 참가하면서, 마라톤 최고기록이 2시간 40분 47초까지 빨라졌다. 일반적인 마스터스 마라토너의 꿈인 '서브3' 즉 3시간 돌파보다 무려 20분이나 빠른 기록이다. 달려본 사람은 안다. 이 기록이 얼마나 놀라운지.
아들없이 뛰면 놀라운 기록이 나올 것이라며 단독 마라톤을 권유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릭이 아니라면 뛸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는 딕. 그가 숨졌다는 소식에 세계언론들이 애도했고, 보스턴 사람들은 슬퍼했다.
미국 CNN은 딕을 '보스턴 마라톤 아이콘'이라고 부르며 "딕 호잇과 그의 아들 릭은 1980년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한 이래 보스턴 마라톤의 전설이 되었다"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버지'의 죽음을 기렸다.
*유튜브에서 'team hoyt'을 검색하면, 세계인을 감동시킨 동영상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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