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항암제는 우리 몸의 모든 점막을 약하게 만든다. 코 점막도 예외는 아니다. 코 점막이 약해지면 조금만 찬 바람을 쐬어도 콧속이 건조해지면서 코피가 잘 난다.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자주 코피가 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항암제, 코 점막 약하게 만들어…잦은 코피 유발
항암제로 인해 콧털이 빠지는 것도 코피를 유발하는 이유다. 항암제는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콧털과 겨드랑이털, 눈썹 등에서도 탈모를 유발한다. 콧털이 없으면 코를 보호해주는 기능이 떨어져서 코피가 잘 난다.
항암제 영향으로 혈소판이 줄면서 코피가 나기도 한다. 혈소판은 지혈 작용을 하는 혈액세포이다. 혈소판이 감소되면 출혈 위험성이 증가한다. 특히 표적치료제인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은 암세포 주위에 새로운 혈관이 생성되는 것을 막는 기전을 가지고 있어서 작은 자극이나 상처에도 출혈이 생긴다. 그래서 해당 항암제 투여하는 이들은 코피나 잇몸 출혈 같은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혈 쉽게 안될 땐 병원 가서 치료 받아야
코피가 나더라도 금방 멎으면 코 점막이 약해진 탓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코피 양이 많고 쉽사리 지혈이 되지 않는다면 혈소판 수치 감소에 따른 증상이다. 이 때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작은 자극에서 쉽게 멍이 들거나, 이유 없는 멍이 지속되고 혈뇨, 혈변이 동반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피부에 작고 붉은 반점 등이 생기는 경우(주로 팔, 다리부위에 고춧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양상)도 내부 출혈일 수 있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항암 치료 중에는 코피가 나지 않도록 코 점막을 늘 촉촉하게 유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마스크도 꼭 착용하는 게 좋다. 마스크는 찬 바람에 코 점막이 마르는 걸 막아준다. 코를 풀 때는 부드러운 휴지로 가볍게 푸는 게 좋은데 되도록 코를 풀기 보다는 콧물을 닦아주는 게 좋다. 또 코를 후비지 않는다. 작은 자극에도 코피가 날 수 있어서다. 손톱을 짧게 잘라서 혹시 모를 상처를 예방하는 게 좋다.
◇콧속 건조하지 않도록 코 점막 촉촉히 유지
비강 스프레이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코피나 콧속 건조 증상을 완화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미네소타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이 코피·콧속 건조·코딱지·콧속 상처 증상을 호소하는 유방암 항암 치료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로즈제라늄 오일 비강 스프레이를 처방했다. 그 결과, 오일이 든 비강 스프레이를 사용한 환자 중 1명을 제외한 모든 환자들이 코피와 콧속 건조, 코딱지 같은 증상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