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얼마 전 지인에게서 받은 질문입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그 참담한 심정과 안타까움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하얘져 당황하시는 모습이 바로 눈 앞에서 뵙는 것처럼 그려집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실까 싶어, 가족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마음 치유자로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첫째는요, 누구보다 놀랐을 당사자에게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보다는 그저 곁에 있어 주기를 권합니다. "나도 놀랐는데 당신(너)은 얼마나 놀랐겠느냐"는 말을 해도 좋고요, 암 진단을 받는 기가 막힌 심정을 있는 그대로 나누는 것이 어설픈 위로보다 낫습니다.

게티이미지 뱅크
게티이미지 뱅크

또 환자가 울고 싶으면 실컷 울도록, 화가 나거나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감정이 있다면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 수 있도록 지켜보거나 부둥켜 안고 함께 울어주셔요. 닥친 현실을 차분히 수용할 수 있는 그 순간까지요.

둘째, 신파조의 동정이나 죄책감의 표현 즉 "불쌍해 죽겠다. 내가 더 잘 해 줬어야 하는데 나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하다" 같은 말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지만 이미 일어나고 말았고, 가족 한 명의 암 진단은 가족 모두의 불행이고 아픔이지, 당사자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어려움이지 너(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주는 게 환자가 자신만의 문제도 아니고, 함께 할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암을 이겨나가는 데 힘이 됩니다.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함께 나누었듯이 아픔과 고통도 나누겠다는 약속을 해주는 겁니다. 환자에게는 투병할 수 있는 힘과 안정감을 주게 됩니다.

세째, 어린 아이들이나 연로하신 어르신들에게는 암 발병을 감추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사실을 전하고 슬픔을 같이 나눈 뒤, 가족 각자가 어떻게 환자를 도울 수 있는지, 돕는 시간을 어떻게 나눌지 상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게티이미지 뱅크.
게티이미지 뱅크.

언젠가 제가 아는 암환우 가족에게도 이렇게 권했던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는 일주일에 한 번 투병 중인 아빠의 족욕을 담당하고,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아빠와 체스를 두거나 산책을 하기로 했답니다.

안타깝게도 그 환우는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아이들에겐 아빠와 나눈 둘만의 추억이 생겼고, 대화를 통해 서로 많은 것을 알고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그 분은 암 발병 이전에는 직장 생활에 바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거의 없던 상태였죠. 아이들은 작지만 무엇인가 아빠를 도울 수 있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가지는 대신 사랑과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암 투병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되면, 가족을 위해 자신이 아무 것도 해 준 게 없다는 죄책감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명상을 같이 하거나, 숲길을 함께 걷거나,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잘 될거야” “문제 없어”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답니다.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가족들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충분히 표현해 주는 것입니다. 차고 넘쳐도 괜찮습니다. 함께 암을 이겨내시길 힘껏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캔서앤서(cancer answ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