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을 나가 느리게 걷다가 갑자기 홀린 듯 걸음을 멈췄습니다. 아카시아 향기가 마치 연병장 조교가 "일동 차렷" 구호를 외치며 불러 세우는 듯 했습니다. 노을 되어 지는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는 아카시아꽃을 한 참 올려다 봤습니다.
"나도 너처럼 향기 나는 사람이고 싶다." 문득 꽃에게 고백을 합니다. 아니 고해 성사...
"산 사람에게서 썩은 송장 내가 나더라"던 한 친구가 있었어요. 돈 좀 있다고 아버지 같은 부하직원에게 따귀를 때리며 욕설을 하던 자신의 상사를 두고 한 말이었죠.
미국의 행동심리학자 폴 피프 교수가 도로의 횡단보도 앞에서 어떤 종류의 차량이 교통법규를 잘어기는지 조사했더니 고급 차량이 유의미한 차이(30:7)로 월등히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권력이나 지위, 돈과 명성이 놓아지면 사회적 제약이 자신을 어찌할 수 없다고 착각한다고 합니다. 물론 일반화 해서는 안 되는 극히 소수에게 그런 모습이 보여지지요. 어떤 사람이 그 인품의 풍기는 향기가 있어 곁에 머물고 싶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진다면, 나는 그 이를 "아카시아꽃 같은 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아름다운 노래가 떠오릅니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얀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무슨 말이 필요 할까요.
그 향기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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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희 기자
jane92rukr@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