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구성하는 100조 개의 세포는 저마다 수백 종류의 효소를 보유하고 있다. 세포 내 효소는 우리가 생명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1초에 100만회에 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미국의 효소 연구가인 에드워드 하웰 박사가 효소를 ‘생명의 불꽃’이라고 말한 것은 효소가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만 존재하며,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기나 에너지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체내 효소는 소화효소와 대사효소로 나뉜다.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 리파아제 등 소화효소는 위, 침샘, 소장 등에 분비돼 음식물을 분해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게티이미지뱅크 
체내 효소는 소화효소와 대사효소로 나뉜다.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 리파아제 등 소화효소는 위, 침샘, 소장 등에 분비돼 음식물을 분해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게티이미지뱅크 

효소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프랑스의 생화학자인 파앤과 페르소다. 1933년 두 학자는 맥아를 으깬 즙이 전분을 분해시키는 것을 발견하고 이 물질에 ‘디아스타아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아밀라아제(탄수화물 분해효소)의 일종이다.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몸 속에서 연소시켜 에너지로 바꾸려면 효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효소는 사람뿐 아니라 지구상에 있는 온갖 동식물의 에너지 반응에 관여한다. 씨앗이 싹트고 성장해 열매를 맺고, 단풍이 드는 것도 효소가 있기에 가능하다. 한마디로 효소는 우리 몸의 일꾼이다. 체내 효소는 밝혀진 것만 해도 2만 가지가 넘는다. 그렇게 많은 효소는 저마다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이를 ‘기질 특이성’이라고 하는데, 효소 하나당 한 가지 기질밖에 접촉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가령 아밀라아제 효소는 당분이라는 기질만 분해할 수 있고 단백질이나 지방은 소화시키지 못한다. 이처럼 고지식한 효소지만 그 종류와 숫자가 어마어마하므로 못하는 일이 없다고 보면 된다.

효소는 크게 우리 몸 속에 있는 체내효소와 몸 밖에 있는 체외효소로 나뉜다. 체외효소는 살아있는 음식물 속에 들어 있는 음식효소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장내발효효소로 구분할 수 있다. 체내 효소도 소화효소와 대사효소로 나뉜다.

우리가 음식물을 먹으면 각 기관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소화효소를 분비한다. 탄수화물에는 아밀라아제, 단백질에는 프로테아제, 지방에는 리파아제가 분비된다. 소화효소가 분비되는 곳은 침샘, 위, 췌장, 소장인데,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침, 위액, 췌장액, 장액 등에 섞여 나온다.

소화효소가 임무를 완수한 뒤에는 대사효소가 자기 일을 시작한다. 대사효소는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을 온몸에 보내는 일부터 혈관 청소, 염증 완화, 항암, 면역, 해독 등 많은 일을 한다. 대사효소가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우리 건강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세포는 효소가 전달해준 영양분을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그러는 동안 세포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가는 일도 진행한다.

효소는 잠재효소의 상태로 몸속에 머물러 있다가 필요에 따라 소화효소가 되기도 하고 대사효소가 되기도 한다. 둘은 시소 관계여서 어느 하나를 많이 사용하면 다른 하나가 부족해진다.

흰쌀과 같은 정제식품, 가공식품, 백설탕이 많이 든 식품은 소화효소를 많이 필요로 한다. 이런 식품을 많이 먹으면 대사효소의 양이 줄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캔서앤서 DB
흰쌀과 같은 정제식품, 가공식품, 백설탕이 많이 든 식품은 소화효소를 많이 필요로 한다. 이런 식품을 많이 먹으면 대사효소의 양이 줄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캔서앤서 DB

우리가 과식을 하거나 가공식품, 백설탕이 든 식품, 정제 식품, 동물성 식품 등 소화가 어려운 음식을 먹으면 다량의 잠재효소가 소화효소로 변한다. 소화효소가 사용된 만큼 대사효소는 모자라는 게 당연하다. 대사효소가 부족하면 세포는 폐업 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날 안에 처리해야 할 독소 배출, 지방 분해, 혈관 청소, 세균 사멸 등의 일이 다음 날로 미뤄지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자꾸 생기면 신진대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건강이 나빠진다. 처음에는 속이 더부룩하고 피로감이 찾아오는 등 본인만 알 수 있는 경미한 증상, 즉 독소 1단계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갈수록 피부가 거칠어지고 뾰루지가 나고 붓듯이 살이 찌는 등 남 보기에도 확연할 정도의 증상이 드러난다. 이쯤 되면 독소 2단계 혹은 3단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게 심해지면 혈압이 올라가고 당뇨 수치가 올라가는 등 만성질환으로 굳어지게 된다. 즉 독소 4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모든 대사질환, 만성질환은 잠재효소가 얼마만큼 자기 일에 충실한가에 달려 있다. 소화 업무가 과중할 경우 잠재효소는 체내 노폐물을 처리하지 못하는데, 그 결과 피가 오염되고 세포가 오염된 끝에 영양 불균형, 산소 부족, 저체온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마지막 종착역은 비만, 고혈압,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이다.

식사의 의미는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세포를 재생하는 데 있다. 순환계를 마비시킬 정도로 많은 음식을 먹거나 세포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식사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다. 좋은 식습관을 들여야 좋은 세포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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