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 한 TV 프로그램이 김수현과 김지원이 부부로 나오는 ‘눈물의 여왕’이라지요? 저도 빼놓지 않고 봅니다. 재벌 3세로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은 김지원(홍해인)과 시골 출신의 잘 생기고 스마트한 변호사 김수현(백현우)의 연기도 좋은데, 저는 두 사람이 선남선녀라는 사실 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마음 치유를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눈물의 여왕’ 스토리와 홍해인, 백현우의 관계는 훌륭한 심리상담의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방영 분에서 악성 뇌종양 치료를 앞둔 홍해인과 백현우의 갈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뇌종양 치료 방법을 찾은 두 사람은 독일로 향하는 데, 결정적인 갈등 요인이 생겼습니다. 뇌종양 치료를 하면 죽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는데,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 이전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김수현(백현우 역)과 김지원(홍해인) 주연의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김수현과 홍해인은 뇌종양 수술을 앞두고 갈등합니다. 살 확률이 높은 수술을 받으면 기억이 다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다른 선택, 우리 심리상담 내담 고객들에게도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물어보았습니다./tvN 포스터
김수현(백현우 역)과 김지원(홍해인) 주연의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김수현과 홍해인은 뇌종양 수술을 앞두고 갈등합니다. 살 확률이 높은 수술을 받으면 기억이 다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다른 선택, 우리 심리상담 내담 고객들에게도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물어보았습니다./tvN 포스터

홍해인은 백현우와의 사랑 기억을 잃을까봐 수술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합니다. 반면 백현우는 “기억을 잃더라도 무조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백현우의 설득 끝에 홍해인이 수술을 받고 깨어나는 장면에서 지난 회차는 끝났는데요, 선택의 기로에서 사랑하는 부부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장면에서 ‘내가 홍해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습니다.

저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기억을 잃더라도 수술을 받겠다”는 선택을 했습니다. 사실 ‘살아 남는것’보다는 ‘잊는 것’에 방점이 찍힌 선택입니다. 저에게는 살 수도 있고 ‘나쁜 기억을 지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선택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심리 상담실에서 내담 고객들에게 똑 같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워낙 시청률이 높은지라 내담 고객 모두 ‘눈물의 여왕’을 보고 있었습니다. 보통 본격적으로 상담을 하기 전에 날씨 이야기나 최근 좋았던 일 등 가벼운 얘기를 주고받는데, 요즘은 “OO님이 홍해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라고 질문합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많은 분이 저와 다른 선택을 하더라고요. "기억을 가지고 그냥 죽겠다"는거죠. 죽더라도 마지막까지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이 무엇일까? 궁금해졌지요. 죽음도 각오하면서 지키고 싶은 좋은 기억, 행복한 기억이 많은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분들은 심리상담사인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았거나 살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아온 삶에 대해 더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저작권자 © 캔서앤서(cancer answ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