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망(譫妄)은 '헛소리 섬, 망령될 망'이라는 뜻의 한자로 이뤄진 말이다.
일시적으로 매우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혼란한 정신상태를 일컫는데, 안절부절못하고 잠을 안자고, 소리를 지르고, 주사기를 빼내는 것과 같은 심한 과다행동이나 환각, 환청, 초조함,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갑자기 발생하는 주의력 및 인지기능의 저하로 증상의 변동이 심한 것이 섬망의 특징이다.
입원 노인의 10~40% 섬망 발생
섬망은 노인들에게 아주 흔한 증상이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노인 입원 환자의 10~40%가 섬망 증세를 보인다. 섬망은 주로 노인 환자에서 수술 후 합병증으로 나타나는데, 일반적인 수술 후에는 15~25% 정도 발생하고, 고관절 수술이나 심장 수술 후에는 50% 정도 발생한다. 기저질환의 중등도가 높은 경우 섬망은 더 흔하게 나타나는데, 중환자실 환자는 75% 정도로 섬망 발생률이 높다.
섬망이 발생한 뒤 회복하느냐의 여부는 원인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약물 중독이나 급성 감염질환으로 인한 섬망은 원인이 교정되면 대체로 증상도 호전되는데, 암이나 중증 질환이 있는 경우엔 상당수 환자에서 섬망이 장기간 지속된다.
섬망이 발생하면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퇴원 후에도 치매 발생률 및 사망률이 증가하는 데, 섬망이 심각하면 그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망 vs 치매
섬망은 과다 각성이 중요한 특징. 의식 수준이 증가된 상태로 초조, 공격성, 환각, 망상이 자주 나타난다. 과소활동 섬망도 있는데, 이 경우 의식 수준이 감소해 졸리고 주위자극에 대한 반응이 줄어든다. 대체적으로 중증 섬망 환자는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주의력이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치매와 비슷하게 되는데, 섬망과 치매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섬망의 위험인자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이 치매이고, 섬망은 추후 치매 발생의 위험인자 중 하나로 꼽힌다. 인지기능의 저하를 초래하는 두 질병이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기 쉽다는 뜻이다.
섬망은 갑자기 발생해 수시간에서 수일 지속되는 반면, 치매는 서서히 발생해 수개월에서 수년동안 지속된다. 치매환자의 의식 수준은 정상범위이지만, 섬망의 경우 의식 수준이 저하되고 변동이 심하며 경우에 따라 극도로 상승해 과다각성이 되기도 한다.
사실 임상현장에서 섬망과 치매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두 증상이 한 환자에게 공존하는 경우도 많다.
섬망의 치료
원인을 제대로 평가해야 치료가 가능하다. 섬망도 마찬가지. 노화로 인한 것인지, 기저질환으로 인한 것인지, 치료과정의 부작용인지 확인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통 섬망 환자의 치료는 비약물치료부터 시작한다. 조용하고 적절히 밝은 방에서 친숙한 보호자가 함께 머물며 안정시키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다. 수면을 잘 취할 수 있도록 따뜻한 음료와 긴장을 풀어주는 음악을 활용하는 등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침대에만 누워있는 것보다는 적당한 보행 등 편안한 활동도 중요하다.
비약물치료로 섬망 증세가 안정되지 않을 때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환각이나 망상이 조절되지 않고 환자 본인이나 주변인에게 위험이 된다고 판단되면 전문의가 항정신병제를 처방하는데 할로페리돌,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등이 있다. 항정신병제는 어지럼증, 기립저혈압, 변비, 입마름, 발작, 시력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