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다. 따뜻한 햇살과 새순이 돋아나는 계절처럼,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폐아동 느린 학습 전문가’다. 대학 학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심리행동치료(ABA) 석사 과정을 밟았다.
학부 시절부터 보육원, 장애아동 시설, 가출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지도원과 야간상담원으로 6년간 일하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발달장애 아동들을 1대1로 만난 시간도 10년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심리행동치료 분야를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자라났다. 한 아동발달센터에서 자폐 스펙트럼 아동들을 만나고 있을 때 몇몇 학부모들에게서 “센터를 직접 운영해주면 좋겠다”는 응원을 받기도 했다. 그 말이 가슴을 울렸지만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해 6월 예기치 못한 일이 찾아왔다. 스케일링을 받으러 갔던 치과에서 “큰 병원에 가보셔야겠다”라는 말을 들었다. 큰 일이 났구나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대학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해보자는 얘기를 듣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내가?”
검사를 받고 난 다음 어느 날, 그 병원 인턴 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악성종양입니다.” 신촌 어느 거리에서 그 전화를 받고는 자리에 멈춰 한없이 울었다.
구강암 치료(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가 이어진 지난 해 가을은 힘겨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겐 중요한 계기가 됐다. 삶의 방향이 새롭게 정립된 것이다. 보험사에서 암 진단금으로 받은 돈으로 ‘다시봄학습사회성연구소’를 차렸다.
중랑구에 있는 한 공동체 주택의 공간을 전세로 얻어 간판을 달았다. 발달장애 아동과 위기 청소년, 청년들을 가르치고 만나기 위해 마련한 작은 공간이다. 사회복지 기관도 아니고, 스타트업의 화려한 이름도 없으며, 정부로부터 발달재활 서비스 지원도 받지 못하는 작은 1인 연구소지만, 꽤 긴 시간 마음 속에서 꿈틀대던 꿈을 실행하고 싶었다.
심리행동치료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발달장애 아동을 교육하고 치료하는 일이 장사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이 사회에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곳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사회화 교육을 하면서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봄학습사회성연구소라는 이름에는 자폐 스펙트럼 아동과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삶에 ‘다시 봄’을 맞이하게 해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청소년들의 삶에도 다시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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