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한창이다. 화려한 흰색 분홍색의 꽃들이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오랜만에 자연을 만끽하는 청춘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한쪽에서는 자연의 질서가 깨지면서 일찍 피었다고 걱정들이지만, 추운 겨울이 지났다는 신호인 벚꽃의 화사함에 취하면 거기에도 적응해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일찍 핀 벚꽃, 한발 늦은 벚꽃축제들
문제는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여러 조직들이다. 벚꽃이 평소 피는 시기라고 추정해 3월말, 4월초에 '벚꽃축제'들을 잡아놓았는데, 남쪽에서는 이미 한참 전에 벚꽃이 만개했고, 서울도 지금 한창이니 4월초로 잡아놓은 서울의 지자체들은 난감하다.
난감하면서도 며칠 당겨 행사를 진행할 엄두를 내지는 못한다. 복잡한 결정과정 결재과정을 거쳤으니 힘들고, 이곳저곳 협력업체들과 협의를 해야하니 어렵다. 게다가 앞당겼다고 잘되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굳이 나서서 하려는 공무원이 없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성찰해 보면,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다. 임기응변이라는 말이 있다. 상황이 바뀌면 해법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온몸의 힘을 빼고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고, 적의 움직임에 따라 나 자신을 기꺼이 바꿔 응대하는 태극권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다. 자신의 힘을 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상대의 뜻을 읽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부드러운 임기응변 익히는 태극권의 천변만화
태극권 수련에는 '권가'라고 부르는 초식에 따라 움직임의 틀을 익히는 과정이 있고, '추수'라고 하는 대련과정이 있다. 스스로 몸을 수련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상대와 마주서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 대련을 통해 어떤 상황에도 적응 변용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들이다.
그래서 태극권의 초식은 몇가지 없는 듯하지만, 실제 움직임은 천변만화다. 흔히 자연의 조화를 일컬을 때 사용하는 '천변만화'가 임기응변의 수련을 거친 태극권의 움직임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자면, 상대를 읽는 것이 중요하고, 상대방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태극권에서는 상대방을 사람이나 적으로 인식하지 말고 '바람'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한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면 부드럽게 즐기고, 거친 바람이 불면 물러서면 된다. 그런 수련 과정을 끊임없이 거치다보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해 상황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경직된 사고방식, 행동패턴에 익어,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사회 공공영역의 움직임을 보면서, 태극권의 천변만화를 생각했다.
벚꽃이 바람이 떨어진다. 가볍게 흩날리는 그 꽃잎들에서 부드러움의 극치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