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엘리베이터에 30대의 한 남성이 올라탔다. 급하게 뛰어온 것도 아니고 편하게 스마트폰을 내려다 보고 있다가 느긋하게 탔다. 밖에서는 잘 몰랐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니 그의 숨소리가 거칠게 들린다. 마스크가 불룩불룩하면서 거칠게 입으로 숨쉬는 소리가 옷에 묻어있는 담배 냄새와 함께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진다.
#2 헬스클럽에서 주로 러닝머신 파워워킹과 조깅을 하는 20대 한 여성은 주로 걷다가 잠시 뛰고 나면 고개를 숙이고 얼른 마스크를 조금 입에서 떼어내고는 숨을 몰아쉰다. 남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만큼만 잠깐 숨을 돌리고는 다시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걷기를 한다. 마스크 쓰고 달리기, 정말 힘들어 무슨 방법을 써야할지 고민이다.
코로나19로 1년 넘는 시간을 마스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혹시나 마스크가 호흡을 방해해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예전에는 없었던 두통이 느껴지면 혹시 마스크 때문이 아닌지 의심해본다. 마스크를 쓰고 제대로 호흡하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봤다.
외과용 마스크나 면 마스크, 호흡 편해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미나 교수는 '대한의학회지' 칼럼에서 마스크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감염병 예방의 유효성과 착용자 본인의 건강 2가지가 기준이다. '비말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와 '호흡 등에 문제가 없는 편안한 착용감'을 두루 갖춘 마스크를 사용하라는 것. 외과용 (덴탈) 마스크가 이런 조건을 가장 잘 충족시켜준다. 호흡곤란 등의 문제 우려 없이 장시간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외과용 마스크를 사용하면 비교적 정상적인 호흡이 가능하다. 반면 KF94 마스크 같은 황사용의 경우,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비말들이 마스크를 적셔 그 안에 나쁜 환경이 조성되기 쉽고, 그 안에서 거친 숨을 쉬면 필터가 망가지고 호흡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입으로 쉬는 거친 숨은 더욱 쉽게 마스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얼굴에서 밀착되지 않게 손으로 들어올리거나 대충 착용한다면 마스크 본연의 기능을 포기하게 된다.
장기간 착용하고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경우인데, 외과용 마스크를 구하기는 어렵다면 차라리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호흡하기 편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많다. WHO는 N95마스크의 경우 1개를 4시간 이상 착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세탁이 가능한 면 마스크를 몇 개 갖고 다니면서 번갈아 가며 사용할 수 있다면, 안전하고도 호흡이 편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마스크 쓰면 공황장애?
어떤 마스크를 쓸 것인가의 문제 말고도 호흡방법이나 심리적 문제 등 개인적 부분들도 중요하다.
입으로 숨을 쉴 것이냐 코로 숨을 쉴 것이냐의 문제는 건강과 관련해 늘 이슈가 되는데, 마스크를 쓸 때 마스크 속의 환경을 생각한다면 코숨의 중요성이 커진다. 게다가 실제로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이 줄어든다면, 뇌로 전달되는 신선한 공기량의 문제 때문에라도 코로 숨쉬는 것이 좋다.
마스크가 질식감을 유발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생기면 질식되는 것 같고, 그 느낌이 강해지면 죽을 것 같은 공포감으로 인한 공황상태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은 마스크를 잠깐 벗으면 된다.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호흡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가슴이 오르내리고, 손을 폈다 접었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뒤, 외출을 하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마스크를 오래 쓰면 연탄가스 중독처럼 가스중독이 일어날 수 있다는 루머가 있었다.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팩트체크 실험에 따르면, 대체로 괜찮지만 KF94 마스크를 오랫동안 쓸 경우 실제로 그런 일이 약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더라도 가벼운 증세가 생겼을 때 마스크를 벗으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즉 개인의 상황에 따라 편한 호흡법을 선택하고 편한 마스크를 찾아 사용하되,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정부의 한 포털에서도 "숨쉬기가 어렵다면 마스크를 벗되, 다른 사람과 6피트 (약 1.8m) 이상 거리를 유지하라"는 미국의 한 연구를 권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