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방송(心身放鬆)

몸과 마음을 풀어 느긋하고 여유있게 하는 것을 심신방송이라고 한다. 이 어려운 한자 송()은 더벅머리처럼 성긴 모습을 뜻한다. 빽빽하게 꽉 찬 숲이 아니라, 듬성듬성 구멍이 나있는 것처럼 비어있는 모습. 태극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요결 중 하나다. 일상 속에서 팽팽하게 긴장해 있는 몸과 마음을 풀어주어 성기게 만들어야 한다. 건강하게 오래살기 위해서도 그렇고 태극권 수련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상선약수, 수가 곧 송이다

태극권의 철학적 기원인 노장철학 중 노자의 명언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첫 칼럼에서 이야기한 바 있는데, 거기의 물 수()가 심신방송의 송과 같은 상태다. 수즉송, 수가 곧 송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순간 긴장을 하고 있다. 공부나 일을 할 때는 물론이고, 사람을 만났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때, 운동을 할 때, 심지어 데이트를 하거나 영화를 볼 때조차도 긴장해 있기 쉽다. 나 자신으로 돌아가 몸과 마음을 느긋하게 지금의 상태에 머무는 대신, 자신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 하고, 더 잘해보려 하면서 심신이 긴장한다. 수축한 근육, 그것은 곧바로 스트레스가 된다.

이런 스트레스 상태에서 일이 잘 풀릴 리가 없다.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몸이 건강할 리가 없다. 자신의 참 모습에 다가갈 수 없다. 그러므로 행복할 수 없다.

물과 같이 흘러가야 한다. 온몸의 힘을 빼고, 가장 큰 힘이 중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만큼 몸을 릴렉스시키고, 생각의 흐름이 데리고 가는 곳에 이르러 보자. 그렇게 내 몸을 들여다 보자. 그렇게 내 마음을 성찰해 보자.

 

영화 '인턴'의 한 장면. 태극권을 수련하는 마사지사가 늘 정장차림을 고집하는 고령의 인턴 로버트 드 니로의 뭉친 몸을 풀어주고 있다. 사진=imdb 트레일러 캡처
영화 '인턴'의 한 장면. 태극권을 수련하는 마사지사가 늘 정장차림을 고집하는 고령의 인턴 로버트 드 니로의 뭉친 몸을 풀어주고 있다. 사진=imdb 트레일러 캡처

암 치유도 심신의 평화에서 시작된다

암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체로 수긍할 것이다.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히는 첫 암 선언.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고, 아무런 다른 생각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숨쉬는 것도 고통스럽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다. 어느 한 순간도 편하게 쉴 수가 없다. 마음이 굳으니 몸도 굳는다.

몸이 굳는 것만으로도 많은 통증이 시작된다. 그래서 족욕이나 명상, 스트레칭, 산책 같은 방법을 통해 굳은 몸을 풀어줘야 즉각적인 통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 몸의 평화가 마음의 평화로 이어지게 된다.

몇해전 화제가 된 할리우드 영화 <인턴>에는 아주 재미있고 감동적인 좋은 장면들이 많지만, 나의 눈길을 끈 것은 공원에서의 태극권 수련이다. 품위 있는 여성 마사지사가 수련하는데, 그녀를 좋아하는 늙은 인턴 로버트 드 니로가 끼어들어 진지하게 동참하는 장면이다. 아주 엉성하고 볼 품 없는 동작이지만, 그들은 생활의 틀과 가식을 벗어던지고 자연과 하나인 몸을 느낀다. 그렇게 심신의 평화는 시작된다.

온몸의 힘을 빼고 심신방송의 경지를 체험해 보자. 병에 대한 두려움도, 스트레스로 인해 굳어져 있는 생각도 듬성듬성 구멍이 생기고, 그 사이사이로 물이 흐르듯 평화가 적셔줄 것이다.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생명의 싹이 튼다. 심신방송, 이 말을 기억하고 가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조금 다른 생활, 조금 다른 투병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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