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4세 신경섬유종증 환자입니다.
신경섬유종증이 어떤 질환인지 모르시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 전체 환자 수가 1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신경섬유종증이 암이냐고 묻는 분도 있는데, 암은 아닙니다. 우리 몸에서 신경 주위를 둘러썬 세포에서 발생하는 혹(양성종양)을 신경섬유종이라고 하는데, 신경섬유종증은 신경섬유종이 신경계, 뼈, 피부 등 몸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생기는 질환입니다.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생긴다고 합니다.
신경섬유종증이 암이 아니라고 가벼운 질환은 아닙니다. NF1 유전자(17번 염색체) 변이 때문에 생기는 신경섬유종증 1형은 일부가 악성 말초신경초종양이라는 이름의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하니 무섭기도 합니다.
신경섬유종증 1형은 보통 10세 이전에 진단되는데, 약 50%는 유전되고 연령이 높아지면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 커피 반점, 피부 혹이 생겼는데, 그 때 신경섬유종증 1형 진단을 받았습니다.
희귀 질환이다 보니 치료제가 없어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1년 5월 코셀루고라는 약으로 치료할 길이 열렸는데, 연간 3억원이 드는 약값 때문에 치료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저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에 따르면 ▷수술이 불가능한 신경섬유종증 1형의 3~18세 환자 ▷그동안 비급여(약값 전액 환자 부담)로 치료받고 있는 19세 이상 환자 중 지속 투여가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하는 경우에만 보험급여 혜택(건강보험에서 약값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약값을 다 부담하면서 치료를 받아왔고 의사의 ‘지속 투여’ 판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보험급여(건강보험의 약값 지원) 혜택을 못 받게 된 환우가 생겨나 신경섬유종 환우회를 중심으로 한 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같은 환자로서 저도 절망을 느꼈습니다. 임상시험으로 종양이 줄어든 환자를 보며 ‘나에게도 희망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보험 급여가 중단되어 약값이 연간 3억 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환우들은 단순히 외모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게 아니라, 건강과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심평원이 일관성 없이 환자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해 보험급여 혜택을 주지 않는 바람에 치료 기회를 잃는 환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치료 초기에 줄었던 종양은 일정 시점 이후 안정기에 접어들어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데, 이를 근거로 급여를 중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신경섬유종증은 치료를 중단하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종양이 자라고 악화되면 치료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불안합니다.
환자는 치료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한 명의 환자로서, 제 목소리도 꼭 정책 담당자들에게 전해지길 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