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은 구강, 인두, 후두 등 머리와 목 부분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대부분 편평상피세포암 형태다. 발성, 호흡, 연하 기능과 밀접한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흔들린다.
두경부암 표준치료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 항암제와 함께 시행하는 방사선치료,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을 기반으로 한 항암화학요법이다.
항암제는 주로 시스플라틴이 사용되는데, 상황에 따라 카보플라틴, 5-FU, 또는 EGFR 표적치료제 세툭시맙 등이 병용된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도 일부 도입됐다.
하지만 병합치료를 시행해도 사망률이 높은 편이며, 면역항암제 등의 개발로 치료 결과가 높아진 다른 암종과 달리 두경부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60% 전후에 머문다. 치료 저항성이 큰 문제다.
특히 표준항암제인 시스플라틴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면 치료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종양세포가 성질을 바꿔 항암제를 회피하는 ‘상피-간질엽 전이(EMT)’ 같은 현상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박영민 교수팀은 미국 USC(남가주대학) 두경부센터와 공동 연구팀을 꾸려 두경부암 치료 효과가 낮은 이유를 분석했다. 두경부암 오르가노이드 생성을 통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이용했다.
연구팀은 두경부암 환자 31명의 종양세포를 채취해 실제 암을 닮은 종양 모델(오르가노이드)을 제작했다.
연구팀이 두경부암 오르가노이드에 시스플라틴을 적용한 뒤 치료 반응을 관찰한 결과, 시스플라틴 반응성이 환자별로 크게 다르며, 암세포가 EMT 성질을 띨 때 내성이 강화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AREG)까지 확인, 향후 새로운 표적치료 전략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를 이끈 박영민 교수는 “두경부암은 여전히 치료 저항성이 문제인 암”이라며 “환자 조직에서 직접 유래한 모델을 통해 내성의 기전을 규명하고 극복 전략을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암연구협회 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