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환으로, 예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러 예방법 중에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EVOO)의 꾸준한 섭취도 포함돼 있는데,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는 많다.
스페인에서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인 ‘프레디메드(PREDIMED) 연구’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매일 섭취한 그룹이 뇌졸중, 심근경색, 심혈관 사망률에서 뚜렷한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2018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이 연구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스페인 성인 7447명을 대상으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포함한 지중해식 식단을 제공하고 그 효과를 장기적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이 풍부한 식단은 심방세동 위험을 38%까지 줄이고, 혈압 개선과 인슐린 민감도 향상, 염증 완화, 동맥경화성 플라크 진행 지연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다.
1950년대에 시작된 ‘7개국 연구(Seven Countries Study)’는 올리브오일 중심의 지중해 식단이 심혈관 사망률을 낮춘다는 장기적 관찰 데이터를 제시했다.
15년 이상에 걸쳐 7개국 1만2000여 명을 추적한 이 연구는 포화지방의 과도한 섭취가 사망률 증가와 관련 있는 반면, 올레산을 중심으로 한 단일불포화지방(MUFA) 섭취는 사망률 감소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단일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서가 아니다. 이탈리아 팔레르모대 내과 전문의인 브루노 투톨로몬도 교수에 따르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60~83%의 단일불포화지방산을 포함하고 있다. 올레산은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고 LDL 산화를 줄이며 혈관 내 플라크 형성을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여기에 폴리페놀 성분의 강력한 항산화 작용이 더해지는데, 그 중 대표 성분인 올레유로페인(Oleuropein)은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뛰어난 역할을 한다.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의 프란체스코 비올리 교수팀은 올레유로페인이 혈당 조절과 인슐린 민감도 개선에도 효과가 있음을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확인했다.
20mg 단일 투여만으로 식후 혈당 감소, GLP-1 증가, 산화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이는 당뇨병 예방과 심혈관질환 예방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VOO의 정기적인 섭취는 제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당뇨병은 혈관에 미세 손상을 일으켜 심장병과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EVOO의 혈당 조절 효과는 간접적으로 심장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얼마나 섭취하는 게 좋을까? 연구에 따르면, 하루 약 20g(1~1.5 큰술)의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섭취가 심혈관 보호 효과를 최적화하는 데 적절한 양이라고 한다. 일부 개입 연구에서는 하루 최대 4큰술까지 섭취한 그룹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었다.
다만 모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의 효능이 똑 같은 것은 아니다. 품종, 생산 방식, 수확 시기에 따라 폴리페놀 함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킬로그램당 250~350mg 이상의 폴리페놀이 함유된 고품질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