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 치료는 지금 빠르게 진화 중이다.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병용하는 치료법이 국제 치료 지침에서 권고되고 있고, 다양한 신약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이 같은 치료를 다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급여 제도의 혜택을 못 받기 때문이다.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가 지난 6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신장암의 날’ 기념 미디어 세미나에서 “환자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정부와 제약사가 좀 더 유연하게 협의해 좋은 약을 빨리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입센코리아 제공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가 지난 6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신장암의 날’ 기념 미디어 세미나에서 “환자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정부와 제약사가 좀 더 유연하게 협의해 좋은 약을 빨리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입센코리아 제공

지난 6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신장암의 날’ 기념 미디어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의료 전문가와 환자 대표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신장암 치료법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여건상 약제 선택에 아직 많은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치료법의 발전에 맞춰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는 “신약이 많이 나오고, 암 치료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급여 조건이 예전 기준에만 머물러 있다”며 “특히 카보메틱스는 최근 비투명 신세포암에 대해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백대표는 또 “치료제 선택권이 더 넓어야 주치의가 환자에게 더 효과적인 약을 쓸 수 있다”며 “환자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정부와 제약사가 좀 더 유연하게 협의해 좋은 약을 빨리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카보메틱스(성분명 카보잔타닙)는 혈관생성 억제 작용을 기반으로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하는 경구용 다중표적 항암제다. 특히 신세포암을 포함한 여러 고형암에서 2차 치료제로서 유효성과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입증돼 있으며, 미국·유럽 등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준 치료 옵션 중 하나다.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의 임상적 필요성을 평가하는 단계인 암질심을 통과하지 못한 탓에 약가 협상이나 급여 적용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기회가 처음부터 차단되는 것과 같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신장암 치료법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여건상 약제 선택에 아직 많은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치료법의 발전에 맞춰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입센코리아 제공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신장암 치료법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여건상 약제 선택에 아직 많은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치료법의 발전에 맞춰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입센코리아 제공

신장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 중 하나로, 주로 신장에서 발생하는 신세포암이 전체 신장암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신장암 신규 진단자 수는 6963명, 이 중 92.4%에 해당하는 6434명이 신세포암이었다.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 뒤늦게 옆구리 통증, 혈뇨, 복부의 종괴 등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며, 약 4~5%는 폰히펠-린다우병(VHL) 등 유전적 요인과 연관된다.

최근 들어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면역항암제 두 가지를 병용하거나,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병용하는 방식이 1차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등은 이 같은 치료법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면역항암제인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여보이(이필리무맙)를 쓰는 병용요법만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치료법은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1차 치료 이후가 문제다. 예를 들어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1차치료로 사용한 환자가 2차 치료제로 카보메틱스를 쓰고자 할 경우, 현행 급여 기준에서는 ‘표적항암제 실패 시’만 해당되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면역항암제를 1차로 사용한 환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특히 전체 신세포암의 10~15%를 차지하는 비투명세포암 환자들은 선택지가 더 좁다. 수텐(수니티닙), 보트리엔트(파조파닙), 프로류킨(알데스류킨), 토리셀(템시롤리무스) 정도가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약제지만, 이 중 일부는 이미 국제 치료지침에서 제외된 약이기도 하다.

카보메틱스의 국내 공급사인 입센코리아는 현재 면역항암제 병용 이후 2차 치료제로의 급여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암질심, 올해 2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까지는 통과했지만, 지난 4월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이 결렬되면서 현재는 다시 협의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입센코리아 항암제·희귀질환 사업부 심정환 전무는 “보험 재정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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