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하루 4잔 이상 마시면 노년기의 노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카페인이 든 일반 커피는 물론 디카페인 커피에서도 확인됐다.
14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공중보건연구소 마르그리트 올토프 교수팀이 55세 이상 성인 1161명을 7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습관적인 커피 소비와 노년의 노쇠 위험’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유럽영양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하루 커피 섭취량을 기준으로 연구 대상자를 다섯 그룹(전혀 마시지 않음, 0∼2잔, 2∼4잔, 4∼6잔, 6잔 이상)으로 분류했다. 노쇠 여부는 체중감소, 근력 약화, 피로, 느린 보행속도, 신체활동 부족 등 5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됐다.
커피를 하루 4∼6잔을 마시는 그룹의 노쇠 위험은 0∼2잔 마시는 그룹보다 64% 낮았다. 6잔 이상 마시는 그룹 노쇠 위험도 63%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커피 섭취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근력 약화(악력 저하)와 체중감소 지표에서 개선 효과가 두드러졌다.
하루 2~4잔 마시는 그룹은 0∼2잔 마시는 그룹보다 7년 후 노쇠 발생률이 59% 낮았다.
커피가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많다. 최근에는 커피가 간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등 여러 암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들이 다수 발표됐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과거 커피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가 2016년 이를 해제했다.
커피에 어떤 성분이 들었기에 이렇게 다양한 건강 효과를 갖고 있을까.
커피에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대표적인 성분으로 클로로겐산, 폴리페놀, 카페스톨, 카웨올, 트리고넬린, 멜라노이딘 등이 있다. 이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비롯해 염증 억제, 혈당 조절, 간 보호, 인지 기능 개선 등 다양한 건강상 이점을 제공한다.
클로로겐산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체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커피뿐 아니라 디카페인 커피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를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멜라노이딘은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도우며 항균 작용도 갖고 있어 장 건강과 면역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트리고넬린은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항균 효과도 있으며, 뇌 건강과 관련된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카페스톨과 카웨올은 간세포 보호 및 항암 가능성까지 주목받고 있는 성분이지만, 추출 방식에 따라 함유량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프렌치프레스처럼 커피 찌꺼기가 걸러지지 않는 방식일수록 이들 성분이 더 많이 남아 있는 반면,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방식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추출된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을 거의 제거했지만, 이들 생리활성물질은 대부분 유지된다. 따라서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나 심혈관 질환, 불면증 등의 이유로 일반 커피를 꺼리는 이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이 주는 각성 효과는 없지만, 커피 본연의 건강 효능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커피의 건강 효과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선 가급적 설탕과 프림을 넣지 않은 블랙커피 형태로 마실 것을 권장한다. 하루 적정 섭취량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2~4잔 수준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