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우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뭘 먹어야 하나요?”다. 나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음식이나 건강식품은 아픈 증상을 없애 주는 약과 달라서 먹는 즉시 효과를 볼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다.

암 환자에게 좋은 음식은 곧 면역력을 높이는 것인데, 너무 많아서 특정하기 곤란하다. 내가 쓴 책 ‘암과의 동행 5년’을 읽은 독자들이 가끔 연락을 해 ‘뭘 먹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가요?” 하고 막연한 질문을 던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책을 읽고 난 뒤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달라고 하는데, 예외 없이 내가 암 투병 중에 먹은 음식을 어디서 구입하면 되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현미잡곡밥에 넣는 잡곡의 종류, 밥 짓는 방법, 수용성 키토산과 현미김치(현미강을 발효시켜 만든 분말), 셀레늄, 야채스프, 당근사과주스, 오곡미초, 황매효소 등은 어디서 사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답답하다. 암 치료,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있는데, 상당수 암 환우는 생활 습관 관리보다는 먹거리에만 집중적으로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항암식품 챙겨 먹는 게 가장 쉬워서 그럴 수도 있고, 병이 걸리면 약을 먹고 낫는데 익숙해져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항암식품 섭취가 암환자에게 필요하지만, 음식 몇 개를 챙겨 먹는다고 암이 낫지는 않는다. 해열제를 먹으면 열이 떨어지는 것처럼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지도 않을뿐더러, 암이 그렇게 간단한 질병도 아니기 때문이다. 항암음식 섭취는 암 치료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음식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음식에만 의존하는 것도 암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암을 극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식사 습관(음식 자체 말고도 생활 속에서 음식을 먹는 태도까지 포함) 뿐 아니라 생활 전체를 잘 관리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관리를 했다. TV의 건강 프로그램에 암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게 투병 중 먹은 음식이다.

워낙 항암식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프로그램 제작자들도 특정 먹거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나도 TV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한 적이 있는데, 작가들이 내가 먹은 음식을 집중적으로 묻곤 했다. 몇 번 그런 뒤에는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면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특정 음식 한두 가지를 말해 달라고 하면 아예 인터뷰를 거절했다.

TV 프로그램에서 특정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나오면, 그 다음 날 인터넷 검색 빈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보면 높은 관심도를 이용한 상술이기도 해서 씁쓸하다.
암과 음식∙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암 치료에 좋다고 널리 알려진 음식에는 항암 성분이 들어 있다. 따라서 그 음식을 챙겨 먹으면 암을 이기는 데 도움은 되지만, 꾸준히 챙겨 먹어야 한다. 하지만 한두 가지 음식을 먹었다고 암이 낫는다는 보장은 없다. 항암 성분이 많이 든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짜고 천천히 오래 씹어서 먹는 습관, 폭식 과식하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먹거리 뿐 아니라 생활습관 전체를 재점검해서 암 투병에 나서야 한다.

#음식에 든 항암성분

진저롤=생강에 함유. 위 보호, 해독 효과, 기침 멎는 효과. 살균작용, 염증 억제, 암세포 증식 억제
알리신=마늘에 함유. 피로 회복, 항균작용
안토시아닌=레드와인, 블루베리, 검은콩에 함유. 세포 손상 억제, 해독 작용, 나쁜 콜레스테롤 산화 예방
탄닌, 카테킨=녹차, 홍차, 감 등에 함유된 떫은 맛 성분. 활성산소 억제, 해독 작용, 지방 분해
사포닌=콩, 인삼, 홍삼에 많으며 지질의 산화작용을 방지.
이소플라본=콩에 함유된 성분.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함
플라보놀=양파에 다량 함유된 케르세틴은 흡수가 잘 되고, 동맥경화 방지에 효능
플라바논=감귤의 껍질에 함유된 헤스페리딘에는 비타민C의 작용을 돕는 효능.
루테인=시금치와 케일에 함유. 눈에 좋음.
리코핀=토마토, 수박 같은 붉은색 성분. 항산화 작용, 항암효과.
리모넨=감귤계 과일에 함유된 향기 성분. 항암 작용, 신진대사 개선.
베타글루칸=버섯류에 함유된 다당체. 면역력 향상 효과.
이소티오지아네이트=양배추,콜리플라워 등 색깔이 엷은 채소에 함유된 유황화합물. 살균작용, 발암성 물질 활동 억제.
셀레늄=브라질너트, 현미등 통곡류, 굴, 참치에 함유. 항산화 작용, 암세포 성장 억제. 암 세포 자살유도.
키틴=게 껍질에 든 성분. 노화 억제, 면역력 강화.
후코이단=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 함유. 암세포 사멸 유도,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항균, 혈압 상승 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