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장암 수술 후 휴직을 하고 내 스스로 완전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년4개월의 휴직기간 동안 암 진단 이전의 나쁜 생활습관을 180도 바꾸고, 암을 이기는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 중의 하나가 공기가 맑고 나무가 많은 숲으로 가서 천천히 걷고 심호흡을 하는 것이었다. 자연 속에 내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기고 돌아오면 면역력이 쑥쑥 높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암 수술 후 11년이 지나 긴장감이 없어진 탓인지, 지금은 예전처럼 자연에 파묻혀 심신을 치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다.

 

어쩌다 한 번 고향에 가면 힐링 시간을 갖는데, 바닷가 소나무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파도 소리와 새 소리는 물론 숲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피부에 와 닿는 해풍의 느낌도 좋고 소나무 향기는 왜 또 그렇게 달콤한지……

오감각을 완전히 열어 자연의 소리를 듣고 냄새 맡고 피부로 느끼면 몸과 마음에서 치유가 일어난다. 계곡물 소리, 새와 풀벌레가 우는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파도 소리 등 자연이 내는 모든 소리에는 ‘f분의1 파동’이 있다고 한다. 우리 심장의 고동에서 생기는 파동과 호응하기 때문에 뇌에서 알파 파가 나오고 몸에 유익한 호르몬이 나오고 면역력이 높아진다.

 

지난 해 여름 경북 영주의 국립산림치유원에서 1박을 했다. 사방이 깜깜해진 밤에 숙소 체크인을 했는데, 샤워를 하고 문을 열자 어디선가 개구리 소리가 들려왔다. 숙소 앞 연못에서 개구리들이 떼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울 물 흐르는 소리와 개구리의 떼창 소리, 그리고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지친 내 심신을 말끔히 치유해주는 느낌이었다.

뮤직 테라피의 원리도 비슷하다. 전통적인 음악치료는 물론이고 7음계의 싱잉볼 진동으로 몸을 이완시키고 뇌파를 자극해서 자연치유력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고, 음양오행의 이론을 적용해 우리 몸의 장기와 감정의 음양 균형을 맞춰 질병을 치유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에서는 오르골 테라피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르골은 태엽의 힘으로 금속 원통이 돌아가면서 음악이 연주되는 아날로그 식 금속 장치다. 일본에서는 루즈 오르골의 심신 치유 효과에 대한 연구가 꽤 진행됐는데 학회와 연구소, 병원, 심리상담센터 등을 통해 수천 건의 임상 사례가 발표됐다고 한다.

이론적 배경은 이렇다. 모든 소리는 파동을 통해 퍼진다. 1초에 몇 번 파동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주파수(단위는 헤르츠, Hz)인데, 동물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다르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는 20~20000 헤르츠 사이고, 20 헤르츠 미만의 초저주파와 20000 헤르츠 이상의 초고주파의 소리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다.

피아노와 타악기를 연주할 때는 초저주파가,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연주할 때는 초고주파가 발생한다. 열대우림의 자연에서는 초저주파부터 초고주파까지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가 들리고 지구의 마그마는 초저주파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초저주파와 초고주파에 심신 치유의 비밀이 있다. 1995년 교토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초저주파, 초고주파를 가진 음악이 우리 뇌간을 자극해 인체의 자기 치유력을 높인다고 한다. 뇌간은 심장 기능, 호흡, 체온 조절, 소화기, 혈액 순환, 호르몬 조절 등 생명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핵심 부위다.

일본 오사카대학 산업과학연구소가 72노트 이상의 루즈 오르골이 연주되는 동안 주파수를 측정했더니 3.75의 초저주파부터 10만 이상의 초고주파까지 다양한 주파수가 발생했다고 한다. 루즈 오르골을 들을 때 뇌파에서 알파 파가 많이 생긴다는 연구도 있고, 통증이 줄어든다는 임상 결과도 많다.

이 연구에 따르면 루즈 오르골 대신 자연의 소리, 오케스트라 연주를 직접 들어도 심신 치유 효과는 얻을 수 있다. 다만 CD나 스피커, 라디오를 통해 간접적으로 듣는다면 자연의 소리나 오케스트라 연주, 오르골이 효과가 없다고 한다. 직접 들을 때 나오는 주파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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