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살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무술 혹은 싸움을 연습하는 것도 언제 생길지 모를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잘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개인의 심신을 건강하고 깊이있게 다듬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다. 싸우게 되는 상황은 보통사람의 경우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 그러니까, 써먹지도 못할 연습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것보다 심신 수련이 훨씬 효율적이다. 

평생 무술을 수련하고 태극권을 익히면서, 상대방을 편안하게 이기는 방법 2가지를 가르쳐 왔다. 첫째는 무술인으로 보이는 외모를 갖추는 것이다. 무술복을 입거나 해병대 셔츠 같은 것을 입고 다니면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범접하기 어려운 무술인의 기운(분위기)을 쌓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우아하되 단호한 움직임을 익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상대가 뭔가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돼 싸움이 커지지 않고, 실제로 싸움이 나더라도 상대가 심하게 다치는 일 없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게 된다. 

무술이나 싸움뿐 아니라 인생과 사업에도 같은 원리는 적용된다고 믿는다. 

십수년 전의 수련 모습. 짧게 깎은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에 중국무술을 연상시키는 도복을 입고 있으면, 좀처럼 시비가 벌어지지 않는다. / 이찬태극권도관
십수년 전의 수련 모습. 짧게 깎은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에 중국무술을 연상시키는 도복을 입고 있으면, 좀처럼 시비가 벌어지지 않는다. / 이찬태극권도관

눈길 끄는 무술인의 풍모

오래 전 머리를 짧게 자르고 도복을 주로 입고 다니던 시절의 일이다. 서울 상도동 어디쯤에서 운전을 해 한강쪽으로 내려오는데, 갑자기 커다란 트럭이 휙 방향을 바꾸더니 내 앞으로 질러와 차를 세웠다. 깜짝 놀라 차를 세운 뒤 "아, 오늘은 싸움이 제대로 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씩씩거리며 트럭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내게 다가와 뭐라 뭐라 소리를 질렀다.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천천히 차창을 내렸다. 그의 눈에 딱 들어온 것은 짧은 머리와 운동 후의 긴장감, 중국영화에서나 보던 무술도복이었다. 갑자기 휙 고개를 돌리더니, 아무 말도 없이 자기 차로 돌아갔다. 

깜짝 놀랐다. 자동차  사고가 날 뻔 해놀랐고  싸움이 날 상황에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운전자의 태도변화였다. 몸집이 작은 나를 보고도 그가 꼬리를 내리고 갑자기 돌아선 것은 내 분위기와 옷차림이 무술인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세상에서 살다보면 다양한 사람과 마주친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신의 영역이 침범되지 않으리라는 전제 아래 편안하게 살아간다. 그러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은 보통사람을 침범하면, 그들이 풀죽어 물러선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겁없이 소리 지르고 강짜를 부린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내보이며 당당히 맞서는 데는 진짜 용기도 필요하지만, 외모의 강단 또한 아주 중요하다. 

자신감을 나타내고, 자신의 격에 맞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태도와 의상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라고 믿는다.  

우아한 동작으로 상대방을 댕기고 밀어내기만 해도 자신의 실력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어 어지간한 사람은 싸우지 않고 물러서게 마련이다. / 이찬태극권도관
우아한 동작으로 상대방을 댕기고 밀어내기만 해도 자신의 실력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어 어지간한 사람은 싸우지 않고 물러서게 마련이다. / 이찬태극권도관

우아한 전문가의 동작 

태극권을 수련할 때, 특히 대련동작에서 우리는 무리하게 힘을 쓰지 않는다. 강한 힘을 사용해 적을 때리는 것보다는 유연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힘을 끌어들여 제압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른바, '쓰~윽' 하는 움직임이다. 상대가 격하게 오더라도, 부드럽게 오더라도 쓱~ 그 공격을 흘려보내면서 상대의 중심을 빼앗고 밀쳐버리는 것, 그것이 최고의 공격법이다. 

언젠가 길을 가는 중에, 주변에서 불량스러운 자들이 한 사람과 얽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해 끼어 들었다. 크게 어쩌려는 것이 아니었고, 공격에 한창인 청년의 팔꿈치를 잡고는 쓱~ 위로 올리며 제압했다. 그 느낌을 그는 느꼈다. 그리고 "어,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잠깐 보더니, 싸움을 멈추고 사라져 버렸다. 

요즘은 싸움을 말리려고 끼어들기만 해도, 법적으로 큰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썩 권장할 일은 아니다. 다만 태극권의 호신술을 수련하면 치고박는 싸움 없이 확실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깊은 수련을 바탕으로 한 것이긴 하지만, 아주 간단한 동작 몇 가지만 알아도 상대에게 내가 격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아마도 협상에서도 그렇고, 업무상 미팅에서도 그러하리라. 탄탄하게 자신의 영역을 갖추되 유연하고 우아하게 대처하는 요령 몇 가지만 제대로 쓸 수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이 되어 성공적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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