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대표적 특성인 흰머리. 심리적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고, 되돌릴 수 없는 현상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흰머리가 사라지고 머리카락이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마틴 피카드 미국 컬럼비아대 정신의학부 교수 연구팀은 "사람들의 모발 속 색소량이 스트레스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미토콘드리아의 변화 정도가 특정 임계치를 넘어가면 흰머리가 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다시 색을 찾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실렸다.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흰머리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9세에서 65세 사이 다양한 머리카락 색을 가진 14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들은 두피와 얼굴 등 신체 여러 영역에서 나는 모발을 수 가닥씩 뽑고 지난 2년간의 기억을 더듬어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을 기록한 일기도 작성했다.
모발에서 종종 급격하게 색소가 사라지는 시점이 나타났는데 이 시기가 스트레스가 늘어났을 때와 겹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스트레스와 백발의 실제적 관계를 밝혔다.
참가자 중 검은 머리의 30세 아시아계 여성은 이혼 스트레스를 겪는 동안 2cm쯤 흰색이었다가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왔고, 9~39세 10명은 스트레스가 사라지자 모발 속 색소가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오는 것이 확인됐다.
머리카락 색이 돌아오는 시기를 조사해 보니 2주간 휴가를 가 스트레스가 가장 적을 때였다. 이 같은 효과는 모발뿐 아니라 다른 털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머리카락 색소를 만드는 세포 기능에 영향을 준다.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변하는 것에 따라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스트레스로 인해 미토콘드리아 변화가 특정 임계치를 넘어가면 흰머리가 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원래 색을 되찾게 된다.
다만, 이 임계치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흰머리가 늘어나게 되고, 흰머리가 회복되려면 스트레스 해소를 오랫동안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와 머리카락 탈색의 관계를 임상적으로 확인한 첫 연구로, 흰머리카락이 색소를 가진 상태로 되돌아가는 메카니즘을 통해 인간노화와 스트레스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