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 면역세포의 하나인 T세포가 암을 잘 제거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편집하면 환자 맞춤형 면역세포치료제(CAR-T)를 만들 수 있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사용 승인을 받은 킴리아(티사젠렉류셀)도 그 중 하나다.
CAR-T세포치료제는 환자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한 뒤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Chimeric-Antigen Receptor)가 발현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편집을 해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면역항암제다. 백혈병, 림프종 등에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T세포 배양 시설이 있는 미국으로 보내 유전자 편집을 해야 하고, 1인 맞춤형이기 때문에 비용이 수억원으로 비싸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CAR-T세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정아람 교수 연구팀이 T세포 유전자 편집과 조작이 가능한 플랫폼(미세유체칩)을 개발한 것이다.
정아람 교수팀이 개발한 것은 미세액적(microdroplet) 기반의 면역세포치료제 생산 플랫폼이다. 미세액적 속에서 물리적으로 세포막/핵막을 열어 효과적으로 유전자를 T세포 속으로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플랫폼은 전달물질의 크기와 면역세포의 종류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저비용 고효율로 유전자 전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 교수는 "매우 적은 양의 핵산만을 사용하고 1분당 100만개 이상의 T세포를 대량으로 편집할 수 있는 높은 처리량을 고려했을 때 세포치료제 생산에 바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CAR-T에 이어 CAR-NK를 대상으로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플랫폼으로 생산한 CAR-T치료제를 환자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과 신약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 연구지원사업과 고려대의 지원을 받아 고려대 안암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윤승규 교수와의 공동 연구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Nano’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