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부동산 대란, 정치적 사회적 어수선함이 겹치면서 사람들이 민감해져 있다. 여기저기서 분노가 폭발해 충돌이 빚어지고, 운전 중 작은 갈등이 큰 싸움으로 확대되었다는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얼마전 코로나19 와중에 국내에도 개봉해 러셀 크로 팬들의 환호를 부른 영화 <언힌지드(Unhinged)>. 이 영화는 우리에게 '분노를 잠시 억누르라'고 가르쳐 주고 있다. 언힌지드는 경첩이 빠진, 덜컹거리는,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빠~앙 빠~앙' 길게 거듭되는 경적은 상대를 자극한다. 조금 화난다고 폭발하듯 경적을 울리는 습관이 있다면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하고 치료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 영화 '언힌지드'의 한 장면. / imdb.com
'빠~앙 빠~앙' 길게 거듭되는 경적은 상대를 자극한다. 조금 화난다고 폭발하듯 경적을 울리는 습관이 있다면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하고 치료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 영화 '언힌지드'의 한 장면. / imdb.com

영화 <언힌지드> 속 분노조절장애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 중 상당 부분이 남자 주인공 러셀 크로의 분노 폭발에 대한 것들이다. 그럴 수 있다. 가족의 문제로 폭발한 그는 집을 불지르고 망치로 가족을 때려죽이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운전 중 자신에게 경적을 '무례하게' 울린 한 여성 운전자를 다음 희생양으로 삼는다. 그리고 무자비한 '보복'이 시작된다. 그 보복 과정이 이 영화의 큰 줄기다. 

괴물같은 남자는 여자(레이철, 카렌 피스토리우스)의 핸드폰을 훔치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으나, 진짜로 살인이 벌어지자 레이철은 경악하고, 차라리 자신에게 복수하라고 하지만 남자는 거부하고 계속 주변인을 해친다. 그러다 마침내 맞서게 되는 여자. 가까스로 그를 죽이고 살아남는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진짜 분노조절장애는 여자의 문제다. 가족문제, 돈문제, 업무문제로 '돌아버릴 것 같은' 여자가 늦잠을 자고는 아들 등교 시간을 놓쳐 지각을 하게 하는 상황이 첫 모티브다. 꽉 막힌 길, 돌아가도 또 막힌 길, 그러다 코 앞에 신호가 바뀌어도 가지 않는 차가 있다. 열받는다. '빠~앙, 빠~앙, 빠~앙.' 그리고 지나가면서 또 '빠~앙!' 남자가 쫓아온다. 그리고는 사과하라고 한다. 사과는 무슨 사과. 불안해 하는 아들이 있는데도, 사과를 거부하고 쌩 떠나버린다. 그리고 비극이 시작된다. 

낯선 사람에게 화를 내면 위험하다. 자신의 심리 상태가 붕괴되는 위험보다 훨씬 큰 위험이 밖에 있을 수 있다. 상대가 살인마일 수도 있지 않은가. 잠깐 참고 피하자. 영화 '언힌지드'의 포스터는 그 말을 던지고 있다.  / imdb.com
낯선 사람에게 화를 내면 위험하다. 자신의 심리 상태가 붕괴되는 위험보다 훨씬 큰 위험이 밖에 있을 수 있다. 상대가 살인마일 수도 있지 않은가. 잠깐 참고 피하자. 영화 '언힌지드'의 포스터는 그 말을 던지고 있다. / imdb.com

잠깐 분노를  다스려라, 상대가 살인마일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이라면, 내가 화를 조금 내도 그냥 투닥거리다 말게 된다. 그게 습관이 되어 있을 수 있다. 늘 화나 있는 사람에게는 주변의 지인들이 그냥 피해간다. 그러니 자신은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당신이 분노를 터뜨릴 때 상대방이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도 분노를 다스릴 수 있어야 하지만, 상대방에게 호되게 당하는 의외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분노를 조절해야 한다는 말이다. 

영화 속 레이철은 그것을 하지 않았다. 늘 화나 있고, 오늘은 특히 더 화가 나 있는데, 어떤 멍청난 운전자가 나를 더 자극하네, 당당하게 화를 내고,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해결의 기회가 왔을 때조차 그 기회를 차버린다. 그리고 시작되는 비극. 절친한 친구가 죽고, 자신의 동생 약혼녀가 죽고, 동생이 죽을 위기에 처하고, 어린 아들과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 물론, 간신히 이겨내지만.... 그냥 잠깐 열받은 대가는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사태가 끝나고 난 뒤, 운전해 가는 모자. 엄마가 또 빵빵 클랙슨을 울리려 하다, 실행직전 참는다. 그것을 본 아들, "엄마, 잘했어요.". 이것이 앵거 매니지먼트(분조 조절하기)다. 이 영화의 주제이고. 영화 포스터 중 하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미친놈)는 누구든 될 수 있다." 내 옆의 저 사람이 사이코일 수 있다. 조심하자.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면하지 못하면 큰 충돌로 이어지기 쉽다. 길에서 마주친 어깨싸움, 운전할 때 벌어진 차선싸움... 잠깐만 참아보자. / imdb.com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면하지 못하면 큰 충돌로 이어지기 쉽다. 길에서 마주친 어깨싸움, 운전할 때 벌어진 차선싸움... 잠깐만 참아보자. / imdb.com

분노조절장애?

분노조절장애는 유명한 말이다.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으로 '간헐적 폭발 장애'이다. 분노와 관련된 감정 조절이 안되는 증상이다. 이성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 간헐적인 공격 충동으로 폭발하는 것. 대인관계에서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법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하는 질병이다. 

보통 청소년기에 시작되어 만성질환으로 고착된다. 환자의 대부분이 우울장애, 불안장애와 함께 증상이 나타난다. 알코올 중독으로 연결되기도 쉽다. 충동적 분노폭발형과 습관적 분노폭발형으로 나뉘기도 한다. 

만만한 상대에게만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은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다. 병적인 상황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상황 자체를 못받아들이게 되면 그냥 분노가 조절되지 않을 정도로 폭발한다. 순간적으로 블랙아웃 상태가 되어 판단능력을 상실해 상대에 대한 느낌을 받아들일 여지가 없어진다. 그래서 자신이 매우 위험해진다. 자기 자신의 심리가 망가져 가면서, 타인에 대한 분노가 더욱 극단적으로 폭발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안전한 생활이 가능해진다. 

3분간 숨을 고른다는 마음으로 충돌 상황을 회피하면 분노는 가라앉는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훈련으로 일기쓰기도 좋다. 잠깐의 폭발 뒤에 올 후유증을 생각하면 분노조절이 조금 쉬워진다. / imdb.com
3분간 숨을 고른다는 마음으로 충돌 상황을 회피하면 분노는 가라앉는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훈련으로 일기쓰기도 좋다. 잠깐의 폭발 뒤에 올 후유증을 생각하면 분노조절이 조금 쉬워진다. / imdb.com

분노조절장애, 다스리는 방법 5가지

스트레스와 분노, 심리상태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권장하는 분노조절장애를 다스리는 방법 5가지를 소개한다. 자신이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있으면 좋겠다. 

1. 피하기

일단은 분노 상황이 발생하면 회피 하자. 몸과 마음이 폭발하기 전에 위험신호를 인지하면, 얼른 도망가자. 상황을 외면하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손이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면 경고로 받아들이고, 자리를 뜨도록 하자. 대화든 말싸움이든 시비든 바로 멈추고 자리를 뜨거나 화제를 바꾸는 습관을 들이면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2. 3분간 숨고르며 분노 이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상황을 회피하고 잠깐 호흡을 고르자. 분노 상황에서 벗어나면 그 분노가 오래가지 않는다. 3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화를 안내기 잘했다, 화를 냈으면 이렇게 됐을 것이다. 분노의 결과를 예측해 보자. 그렇게 하면, 지금 분노 회피 상황이 좋은 선택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3. 건강하게 화내기

분노를 마냥 억누를 수만은 없다. 자신에게 과도한 분노가 있음을 인식한다면, 적당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평소 생각해 두자. 한발 뒤로 빠져 평상적인 어투로 자신의 의지 혹은 선호를 표현해보자. 처음엔 어렵지만, 극단적 폭발과 충돌을 피하는 방법이다. 그러자면, 꼭 해야한다. 이뤄내야 한다, 이겨야 한다는 아집을 버리는 생활태도도 중요하다. 

4. 일기를 쓰자

일기를 쓰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신을 돌아보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저렇게 하겠다는 '건강하게 화내기' 노하우도 생각해 둘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멘탈 피트니스'라고 칭하는데, 마음도 몸처럼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경우 일기가 그 방법이다. 마음의 근육을 키워,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마음이 굳게 버틸 수 있도록 하면 분노도 조절할 수 있다. 

5. 가벼운 마음으로 진단받자

분노조절장애는 의학적 진단명이 따로 없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그래서 질병이 아니라 우울증의 한 증상일 뿐이라고  하기도 한다. 경계성 인격장애의 한 증상으로 보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정신과 치료처럼 상담하고 약을 쓰면서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깨닫게 되면 증상이 호전된다는 것을 알고, 편안한 마음으로 심리상담가나 전문의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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