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맛과 향이 뛰어난 술일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때부터 약재로 사용된 건강 식음료다. 현대인의 식단이 육류 중심이 되면서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높아졌는데, 이와 관련된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레드와인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레드 와인이 좋은 이유는 '레스베라트롤' 효능 덕분?

레드 와인이 건강에 좋은 것은 와인 속 폴리페놀 성분 때문이다. 폴리페놀은 항암, 항산화 작용을 하고 혈액 속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최근 폴리페놀 중에서도 레스베라트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수 연구의 최고 권위자라고 불리는 미국 하버드대학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판된 책 <노화의 종말>에서 노화를 막는 물질로 레스베라트롤을 소개하기도 했다. 

레스베라트롤은 포도 껍질에서 많이 발견된다. 레드와인에 풍부하며 오디, 라스베리, 크렌베리 등의 베리류와 땅콩, 다크 초콜릿에 함유되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레스베라트롤은 포도 껍질에서 많이 발견된다. 레드와인에 풍부하며 오디, 라스베리, 크렌베리 등의 베리류와 땅콩, 다크 초콜릿에 함유되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싱클레어 박사는 노화를 막는 생활습관으로 간헐적 단식과 소식, 격렬한 운동과 함께 레스베라트롤 섭취를 추천했다. 2003년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그의 연구에 따르면, 레스베라트롤이 단세포 생물인 효모의 수명을 80% 연장시켰고,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도 똑같이 수명 연장의 효능이 확인됐다. 

레스베라트롤의 항암, 항노화 작용은 이렇다. 레스베라트롤은 본래 식물이 곰팡이균의 공격을 받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방어물질이다. 이 물질이 분비되면 ‘장수 유전자'라고도 불리는 시르투인이 활성화되어 체내의 발암원인으로 작용하는 유해 물질들의 독성을 완화시키고 유전자의 변형을 막는다. 또한, 이미 암의 진행단계로 접어든 비정상 세포들을 억제한다.  

레스베라트롤은 포도 껍질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레드와인에 가장 풍부한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이 외에도 오디, 라스베리, 크렌베리 등의 베리류와 땅콩과 다크 초콜릿 등에도 함유되어 있다. 싱클레어 박사는 "포도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레스베라트롤을 많이 분비하기 때문에 포도주스보다는 발효 과정을 거친 와인에 레스베라트롤의 함유량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엠디앤더슨 암센터는 청포도보다는 적포도에 레스베라트롤 함류량이 더 높으니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을 마시기를 조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엠디앤더슨 암센터는 청포도보다는 적포도에 레스베라트롤 함류량이 더 높으니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을 마시기를 조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레스베라트롤 효능, 아직은 동물실험으로만 입증 

일부 학자들은 레스베라트롤의 효능이 미생물 및 동물 실험에서만 효과가 입증되었을 뿐, 사람에게도 효능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레스베라트롤이 항암 및 노화 성분이라고 절대적으로 믿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것. 

2014년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레스베라트롤이 풍부하게 함유된 식단을 먹는 80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레스베라트롤과 심혈관질환 및 암의 발병률, 그리고 수명 연장과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됐다.

레드와인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을까? 

미국 3대 암센터 중 하나인 휴스턴 엠디앤더슨 암센터는 적당량의 와인 섭취가 심혈관질환의 발병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암을 예방할수 있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와인을 마신다면 여성은 하루 한 잔, 남성은 하루 두 잔 이상 마시지 않기를 권고하는데, 청포도보다는 적포도에 레스베라트롤 함류량이 더 높으니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을 마시라고 조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레드와인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음료라기보다는 분위기나 기념을 위한 주류로 애용되고 있는 수준이다. 아직 레드와인의 항암, 항노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이왕 술을 마셔야 한다면 독주나 화학주보다는 자연물이 발효된 와인을 마심으로써 건강과 맛을 함께 챙긴다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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