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다학제 치료, 2016년부터 시행... 월 100건

"제 몸속에 암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느 부위에 자리 잡고 있는 건지...사진으로 처음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의사분들이 저를 위해 모여서 회의를 해주신다는 자체가 어안이 벙벙하고 놀라운 일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암 환자 김모(63)씨가 분당차병원 암센터에서 다학제 진료를 받고 난 후 밝힌 소감이다. 김씨는 분당차병원에 가기 전 한 대형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지만 자신에게 생긴 암이 정확하게 어떤 암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등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저 10분 정도 담당 의사에게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를 듣는 게 전부였다.

분당차병원 암센터 다학제 진료팀이 암환우를 대상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분당차병원 제공
분당차병원 암센터 다학제 진료팀이 암환우를 대상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분당차병원 제공

그런데 분당차병원 암센터 다학제 진료는 달랐다. 암을 치료하는 의사 7명이 자신의 암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어려운 암 용어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고 했다. 진료 시간도 30분이어서 궁금했던 것을 모두 부담없이 질문하고 답을 듣다 보니 불안한 마음까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암 환자 불안함까지 다독이는 '다학제 진료'

암 환자 대부분은 암 진단 후 혼란스럽다. 어느 병원, 어느 과, 어느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수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확하지 않은 인터넷 정보나 지인들의 말들이 오히려 치료 선택에 독이 되기도 한다.

지난 2월 '간내 담도암'을 진단을 받았던 임모 씨는 "암 진단 후 막연한 인터넷 검색과 지인들의 메이저병원 추천...처참했던 검색 결과들은 저를 더 힘들게 했다"면서 "분당차병원에서 만난 의료진과 다학제 치료는 신이 끝자락에 서 있는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철저히 환자 중심…의료진 7명이 1명의 환자 위해 회의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암센터는 혼란으로 가득한 암 환자에게 다학제 진료로 '완치의 희망'을 주는 곳이다. 다학제 진료는 환자 치료를 위해 해당 질환과 관련 있는 각 과의 의료진들이 한 곳에 모여 진단과 치료방법을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분당차병원 암센터는 지난 2016년 췌담도암에서 다학제 진료를 시작한 후 현재 대장암, 부인암, 두경부암, 유방암, 간암, 폐암을 다학제 진료 중이다.

분당차병원 암센터의 다학제 진료는 철저히 환자 중심의 맞춤형 진료를 제공한다.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다학제 회의에 참여해 치료 계획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치료 방법을 안내한다. 충분히 의료진과 의견을 나누고 치료 방향에 대해 이해한 후에 진료가 진행된다. 그래서 환자 만족도가 높다. 실제로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진료 만족도가 100%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전홍재 암센터장(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사실 한 환자당 30분 이상 하는 다학제 진료가 여러 이유로 힘든 건 사실이나, 다학제 통합 진료에 참여하는 의료진 모두가 환자를 중심에 두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그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암 환자 만족도 100%…치료 성과도 좋아

같은 이유로 전홍재 암센터장과 김찬 교수, 강버들 교수는 자는 시간과 먹는 시간을 쪼개 가며 네이버 블로그 '암, 다학제로 보다'(https://blog.naver.com/oncochon)를 운영 중이다. 암 환자에게 최신 암 치료 정보를 공유하고, 암종별 의학 정보와 다학제 진료 정보 등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치료 성과도 뚜렷하다. 치료가 어렵기로 알려진 췌담도암에 다학제 진료를 적용해 500명 이상을 치료했다. 이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은 수치다. 최근엔 항암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진 진행성 간외 담도암 환자에게 다학제 진료를 통해 선항암치료를 시행, 좋은 성과를 거둬 수술까지 진행하면서 '완전 관해' 판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전홍재 암센터장은 “췌장이나 담도 같은 부위에 생긴 암일수록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고 치료가 쉽지 않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여러 진료과 의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치료를 해야 암 환자들에게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분당차병원은 암센터에서 다학제 진료 성과를 토대로 기억력센터, 난임센터 등 희귀 난치 질환에서도 다학제 진료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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