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떴습니다.
윤4월이 지난 음력 5월 보름 즈음.
폭염과 장마 사이,
습기 가득한 밤공기 사이로, 휘영청 보름달.
작은 공원이 된 생태하천 성북천 옆 산책로에는
한낮의 폭염을 피해, 시원한 바람길을 찾아 나온 사람들,
북적입니다.
걷고 뛰고 구경하고 이야기하고....
습기 잔뜩 머금고 ,가끔씩 구름에 가려지기도 하는 보름달은,
우리 마음 속에 한폭의 추상화가 됩니다.
세상의 날선 경계들이 뭉개지고, 아늑한 추억 같은,
아련한 몽상 같은, 달빛 소나타.
밤이 되면
보름달 하나가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나도 지금
너를 사랑하는 보름달이 되어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정호승 시 <보름달>
더위를 피하자는 뜻도 있지만, 낮에는 어디 갈 곳도 마땅찮은 코로나19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밤이면 공원으로 산책로로 사람이 몰립니다. 그 사람들이 달에게 비는 소망은 단순할 겁니다. 그 사람들의 소망은 소박한 것이겠죠. 그저 건강하기를~ 그저 빨리 이 어려움이 끝나기를~ 성북천에 비친 보름달을 보며, 저도 그렇게 빌어봅니다. 한 마음이 되어.
최윤호 기자
uknow2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