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경험자와 가족이 설립한 캔드림협동조합(이사장 홍유진)이 후불제 상조회사 예담라이프(대표 신선철)와 함께 진행하는 ‘앎경험자 나의 이야기’ 공모전 9회 수상자로 자궁경부암 신선주 씨가 선정됐다.

‘앎경험자 나의 이야기’ 공모전은 예담라이프와 캔드림협동조합이 암경험자의 ‘암 이후 삶 이야기’ 중 한 편을 선정, 캔드림협동조합 조합원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물하는 나눔 행사다.

예담라이프가 구입해 신선주 씨에게 증정한 작품은 아세움(본명 박교은) 작가의 판화 작품 '몽상가7_ Cat’s Vacation’이다. 동덕여대 미디어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아세움 작가는 고양이와 여러 상징적인 오브제를 통해 인간 내면의 결핍과 고독, 그리고 자유와 치유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몽상가7은 현실을 벗어난 여행지의 풍경 속에서 자유와 치유, 그리고 언제나 우리의 곁에 이미 머물러 있는 행복의 감각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아세움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작은 움직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캔드림협동조합은 신선주 씨를 비롯한 공모전 당선자들의 글을 모아 ‘앎경험자, 나의 이야기’(가제) 책을 출판할 예정이다. 국립암센터 ‘리본스타트업 프로젝트’ 지원을 받으며, 예담라이프와 북오션출판그룹이 함께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한다.

암경험자와 가족이 설립한 캔드림협동조합(이사장 홍유진)이 후불제 상조회사 예담라이프(대표 신선철)와 함께 진행하는 ‘앎경험자 나의 이야기’ 공모전 9회 수상자로 자궁경부암 신선주 씨가 선정됐다. 예담라이프가 구입해 신선주 씨에게 증정한 작품은 아세움(본명 박교은) 작가의 판화 작품 '몽상가7_ Cat’s Vacation’이다.
암경험자와 가족이 설립한 캔드림협동조합(이사장 홍유진)이 후불제 상조회사 예담라이프(대표 신선철)와 함께 진행하는 ‘앎경험자 나의 이야기’ 공모전 9회 수상자로 자궁경부암 신선주 씨가 선정됐다. 예담라이프가 구입해 신선주 씨에게 증정한 작품은 아세움(본명 박교은) 작가의 판화 작품 '몽상가7_ Cat’s Vacation’이다.

다음은 신선주 씨가 쓴 암 스토리다.

​피부미용과를 전공한 나는 2006년 서울 청담동의 한 피부관리실 실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고객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테라피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관리해 주는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은 때로는 힘든 순간을 내게 안겨줬지만, 힐링이 되었거나 피부가 좋아졌거나 몸이 건강해진 것 같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에 성취감도 느꼈다.

다른 사람을 케어하는 일을 하니 나는 한시라도 아프면 안 된다고 생각해 질병 예방을 위해 2년에 한 번씩 하는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았다. 면역 관리를 위해 한의원도 주기적으로 다녔다.

​마음 건강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나의 무의식 속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고자 강의도 많이 듣고 관련 분야 책을 읽으며 나를 가꾸었다. 취미 겸 운동으로 살사 댄스도 배웠다.

​그러던 2016년 큰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은 나의 인생에도, 나의 암 발병에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 생각에는 정신적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의 상처가 컸는지 그때부터 자꾸 살이 찌기 시작했다.

​2016년 이후에도 나는 열심히 살았다. 나를 찾는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했고 사랑과 정성을 담아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이 감동할 수 있게 열심히 살았다.

나는 암환자로 살아가야 했다. 어떻게 살지 고민했다. 자궁경부암 환우 모임에서 아로마테라피를 하는 분을 만나 나도 그 공부를 시작했다. 아로마테라피는 내게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신선주 씨 제공
나는 암환자로 살아가야 했다. 어떻게 살지 고민했다. 자궁경부암 환우 모임에서 아로마테라피를 하는 분을 만나 나도 그 공부를 시작했다. 아로마테라피는 내게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신선주 씨 제공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로 10일간 격리되는 경험을 했다. 코로나 환자 밀접 접촉으로 인한 격리는 나의 마음에 불안이라는 씨앗을 싹틔웠다. 많은 고객을 케어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격리 후 일상에 복귀하면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행히 나는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

10일간의 격리 겸 강제 휴식이 끝나고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자 8월, 9월에 2회 코로나백신을 접종했다. 백신을 맞으면 생리 불순, 생리과다, 부정출혈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인지 부정 출혈과 생리과다 현상이 있었다. 백신 접종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그해 11월 생리를 2주 넘게 하는 게 아닌가. 일주일 째에는 선홍색이었다. 아! 내가 건강해졌나? 아니면 몸이 이상한 건가? 12월에 또 그러면 산부인과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뒤돌아보니 9월부터 나의 몸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복통과 허리 통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12월에도 생리가 2주 넘게 지속됐다. 12월30일인가, 이전부터 다녔던 C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처음 보자마자 “이거 암 같아요 선주씨. 정밀 검사를 해보는 게 어때요?”라고 했다.

나는 “내년에 국가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을 수 있으니 그 때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며칠 뒤 다른 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았다. 산부인과에서는 암은 아닌데 암 전단계인 것 같으니 다른 검사를 더 해보라고 했다. 검사 결과지를 들고 다시 C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자궁경부암 원인 중 하나인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복부와 허리의 통증은 여전히 있었다. 바이러스 검사, 복부 골반 CT 결과 “바이러스는 2개에서 1개로 줄었고, CT검사에서 암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이 나왔다. 다만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으니 조직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는 선생님의 권유로 조직검사를 했다.

조직검사 결과는 암이었다. 복부골반 CT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은 방광과 암이 같은 선상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어 가장 빠른 시간에 예약을 잡았다. 펫 CT를 제외한 모든 검사를 한 결과, 예상보다 암 사이즈가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초기 암이었으면 했던 내 기대는 와장창 깨졌다. 그런데 눈물은 나지 않았다.

2021년 11월 생리가 2주간 계속됐다. 복통과 허리 통증도 지속됐다. 그게 내가 찾아온 자궁경부암의 증상이었다./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1월 생리가 2주간 계속됐다. 복통과 허리 통증도 지속됐다. 그게 내가 찾아온 자궁경부암의 증상이었다./게티이미지뱅크

펫 CT 검사를 앞두고 혼란스러운 생각이 오갔다. 암환우 카페에 가입해 다른 환우들의 체험기를 읽으며 정보를 수집했다. 나의 멘탈은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처음 암 진단을 받은 뒤 암 병기를 확인하고 치료 방향이 잡힐 때까지 거의 한 달이 지나갔다. 남자 친구는 다른 병원에도 가보자고 했지만 선택지가 많으면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그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로 결정한 것은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그 때를 돌아보면 감사한 지인들이 많이 있었다.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님을 만날 때 동행해준 동생, 펫 CT 검사에 함께 한 친한 언니까지.

최종적으로 나는 림프절에 전이된 3기 C 자궁경부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 6회, 방사선 치료 30회를 받기로 했다. 병기가 나오기 전, 나는 암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면 삶을 잘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태였다. 2월 말 시작된 병원 치료는 5월 초 끝났다.

치료 중 헤모글로빈 수치가 너무 낮아져서 수혈을 2팩이나 한 적도 있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치료가 진행됐다. 부작용이 있었겠지만 모르고 넘어갔거나 ‘그럴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언젠가 다섯 살 아이의 주먹 크기의 핏덩이가 나오기도 했다.

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더 많이 예민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무의식적으로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하늘이 준 두번째 삶을 더 소중하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항암 치료 이후에는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30회가 넘는 방사선 치료 때문에 나의 난소는 조기 폐업을 선언했다. 갱년기가 찾아왔다. 추위를 느끼다가 금방 더위를 느끼는 일도 많았다.

암은 죽음이 아니라 나의 삶 그리고 타인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잘 알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지난 3년은 참 소중한 시간이다./게티이미지뱅크
암은 죽음이 아니라 나의 삶 그리고 타인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잘 알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지난 3년은 참 소중한 시간이다./게티이미지뱅크

나는 암환자로 살아가야 했다. 어떻게 살지 고민했다. 자궁경부암 환우 모임에서 아로마테라피를 하는 분을 만나 나도 그 공부를 시작했다. 아로마테라피는 내게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아로마테라피를 하는 사람들 중 나만의 강점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나의 암 경험 덕분에 다른 환우들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다는 게 나의 장점이었다. 나도 암 환우이며 암 치료를 받고 잘 지낸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암환자 전문 심리 상담사 과정을 수료하고, 그 과정에서 캔드림협동조합을 알게 됐다.

만약 내가 암을 겪지 않았다면, 내가 암경험자라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암 경험이 나에게 큰 자양분이 되고 내가 더 큰 사람이 되는 길을 열어 주고 있는 것 같다.

암 3년차라서 지금도 몸에 이상 반응이 있거나 조금만 피곤해도 조심하게 된다. ‘아직은 쉬어야지’ 하는 마음과 ‘이렇게 나태해도 되나’ 하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암은 죽음이 아니라 나의 삶 그리고 타인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잘 알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지난 3년은 참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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