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정신없이 달리던 일상 속, 불쑥 들어온 작은 선물이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한다. 공방에 들르는 손님이나 옆 가게 사장님들이 건네는 수박 세 조각, 풋고추 한 봉지, 오이냉국 한 그릇. 그 따뜻함이 내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상처받기 싫어, 오해받기 싫어 꼭꼭 숨겨두었던 내 마음을 들켜버린 듯하다. 하던 일을 멈추고 아유, 뭘 이렇게 또 챙겨주시고감사합니다.” 웃으며 인사하다가 문득 남도 이렇게 나를 챙겨주는데, 정작 나는 언제 나를 챙겼지?’ 하는 생각이 스친다.

기억이 까마득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다. 예전에는 나를 위해 여행을 떠나거나,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작은 선물을 스스로에게 주곤 했는데, 지금은 아이를 돌보고, 집안 일을 하고, 공방을 지키느라 나를 위한 자리는 저만치 밀려나 버렸다.

나는 늘 스스로를 의심하며 몰아세웠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사장이 되고 싶어 늘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았다.

그럴수록 나를 챙길 기회는 줄어들었다. 내가 원하는 건 완벽함이 아니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자기 인정이 아닐까 싶다. 이제야 나는 깨닫는다. 내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여행도, 화려한 이벤트도 아니다. 하루가 다 끝난 뒤 고요한 밤, 따뜻한 물에 우린 은은한 허브 향이 폐 속 깊이 퍼질 때까지 찻잔 앞에 멍하니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순간, 잠깐의 멈춤이야말로 내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돌아보니 내가 바라는 건 거창하지 않았다. 어쩌면 진짜 원한 건 내 마음을 느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작은 실천을 하려 한다. 매일 알람을 맞추고, 울릴 때마다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멈춤을 선물했는가?’

그 순간만큼은 의심도 조급함도 내려놓고,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나를 믿어 주려고 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오늘을 잘 버텨낸 자신에게 작은 멈춤을 선물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송민서 스토리텔러는 암경험자의 가족으로, 친환경 제품 공방인 꽃삼월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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