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이 아시아에서 급증하는 원인이 육류·가공육·음주 중심의 식습관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대 강대희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신상아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수행된 82편의 코호트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고기·가공육·알코올 섭취가 많은 식습관이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ancer Causes & Control(암의 원인과 관리)’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총 육류 섭취량이 많을수록 대장암 위험은 18% 증가했고, 소시지·햄 등 가공육은 단독으로도 대장암 위험을 18% 높였다.
닭과 칠면조 같은 흰 고기는 전체 대장암 발생과는 뚜렷한 관련이 없었지만, 직장암 위험을 40% 높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알코올은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하루 30g 이상 음주 시 대장암 발병 위험이 평균 64% 증가했다. 이는 맥주 500mL 한 잔이나 소주 3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반대로 칼슘을 충분히 섭취한 그룹은 대장암 위험이 약 7% 낮았다. 채소·과일·통곡물·저지방 단백질 위주의 식단은 결장암 발생 위험을 15%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칼슘이 장내 지방산·담즙산과 결합해 발암 작용을 줄이고,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칼슘은 우유·유제품이나 멸치처럼 뼈째 먹는 생선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은 고지방·고칼로리·육류 중심 식습관, 운동 부족, 비만, 흡연, 음주와 밀접하게 관련된 암으로 꼽힌다.
아시아 국가의 전통 식단은 콩류와 채소 위주로, 육류 섭취량이 서구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 수십 년간 식습관이 크게 변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대장암 발생률은 2~4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아시아의 증가 속도가 오히려 서구보다 더 빠르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시아인의 식습관과 대장암 발생의 연관성을 규명한 최초의 메타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술과 가공육의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이를 줄이는 것이 대장암 예방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