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으로도 후두암(목의 후두에 생기는 암)의 초기 징후를 잡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의 ‘브릿지투AI(Bridge2AI)’ 프로젝트 연구팀은 사람의 목소리 녹음을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성대에 이상이 있는지를 구별할 수 있다는 연구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디지털 헬스(Frontiers in Digital Health)’ 최신호에 발표했다.
후두암은 코를 통해 가느다란 내시경을 넣어 성대를 직접 보거나, 조직 일부를 떼어내 검사해야 진단할 수 있는데, 이 검사법은 환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연구팀은 북미에서 모은 참가자 306명의 목소리 1만2000 건 이상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에는 후두암 환자뿐 아니라 성대 마비, 성대 결절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도 포함됐다.
AI는 목소리에서 음 높이, 목소리 크기 변화, 그리고 HNR(고주파 대 잡음비)라는 음향학적 지표에 집중했다. HNR은 목소리에 맑고 규칙적인 소리와 쉰 목소리·거친 소리 같은 잡음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그 결과, AI는 건강한 성대와 후두암 환자의 목소리 차이를 정확히 구별해냈다. 특히 남성의 경우, HNR 값의 변화가 후두암을 조기에 잡아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목소리만으로도 후두암 같은 성대 병변을 조기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성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찾지 못해, 더 많은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책임자인 필립 젠킨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연구원은 “목소리가 암 위험을 알려주는 새로운 바이오마커(생체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며 “앞으로 2년 안에 AI를 활용한 후두암 조기 진단 도구가 시범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