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들이 항암제로 쓰이는 두 가지 약물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발견했다.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레트로졸(letrozole)과 대장암·폐암 등에 사용되는 이리노테칸(irinotecan)으로, 모두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글래드스톤연구소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UCSF) 공동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Cell)’ 7월호에 게재됐다.

미국 과학자들이 항암제로 쓰이는 두 가지 약물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발견했다.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레트로졸(letrozole)과 대장암·폐암 등에 사용되는 이리노테칸(irinotecan)으로, 모두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과학자들이 항암제로 쓰이는 두 가지 약물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발견했다.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레트로졸(letrozole)과 대장암·폐암 등에 사용되는 이리노테칸(irinotecan)으로, 모두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세포(뉴런 및 교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변화한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역전시킬 수 있는 작용을 가진 FDA 승인 약물 1300여 종과 연구용 화합물 가운데 86종을 추려냈다. 이 중 25종은 여러 세포 유형에 걸쳐 일관된 억제 효과를 보였다.

특히 레트로졸과 이리노테칸의 결과가 주목됐다. 연구진은 레트로졸이 뉴런의 알츠하이머 유전자 네트워크를 조절하고, 이리노테칸은 교세포의 염증과 손상을 억제해 뇌세포 환경을 안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분석했다.

두 약물을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에게 병용 투여한 실험에서는 뇌에 축적된 비정상 단백질 덩어리(아밀로이드 플라크, 인산화 타우)가 감소하고, 뇌 위축이 회복되며, 인지기능 검사를 통해 기억력 회복 효과도 확인됐다.

생쥐 수준의 실험이었지만,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있을 가능성에 대한 증거 역시 발견됐다. 연구진은 65세 이상 환자 140만 명의 의료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해, 실제로 레트로졸이나 이리노테칸을 복용한 환자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다는 점을 밝혀냈다.

레트로졸은 아로마타제 억제제 계열 약물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생성을 차단하여 폐경 후 유방암 치료에 사용된다. 오리지널 상품명은 페마라(Femara)이며, 국내에서는 레트로졸정이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제네릭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이리노테칸은 DNA 복제를 억제하는 캄프토테신 유도체 계열의 항암제다. 주로 대장암, 폐암 치료에 쓰이며, 대표적인 상품으로 캄토사르(Camptosar)가 있다. 국내에서는 이리노테칸주라는 이름으로 여러 제약사가 제네릭을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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