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누구나 100세 넘게 사는 ‘100세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무너뜨리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세기 초에는 평균적으로 매년 0.3년씩 급격히 성장하던 선진국의 기대수명의 증가 폭이 둔화되고 있으며, 최근 출생자의 100세 생존 비율은 5%대를 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일리노이대의 제이 올샨스키 교수 연구팀이 7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발표했다. ‘극적인 변화가 있지 않으면 인간 수명의 증가 속도가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핵심 주장이다.
기대수명이란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몇 세까지 살 수 있을지 예측한 값이다.
2019년 기준 기대수명은 일본 84.45세, 프랑스 82.74세, 미국 78.96세이며 한국은 2020년 기준 83.5세로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2위였다. 다만 2023년 기준 기대수명은 82.7세로 52년 만에 줄어 들었다. 올샨스키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와 비슷한 추이를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기대수명의 성장세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미국, 한국, 일본, 프랑스 등 10개국의 1990~2019년 연령별, 성별 사망률 등 기대수명 데이터를 조사했다.
그 결과 1990년 이후 모든 국가에서 기대수명 증가 폭이 둔화됐으며, 특히 2010년 이후에 그 추세가 더 심해진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에 태어난 사람 중에서 100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되는 비율은 여성 5.1%, 남성 1.8%에 불과한 것으로 예측됐다.
이들 국가에서 29년간 기대수명은 평균 6.5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세기 초 10년에 평균 3년씩 기대 수명이 늘어났던 것에 비하면 3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분석 대상 국가 중에서 비교적 기대수명 증가 폭이 컸던 한국과 홍콩도 최근 10년간의 기대 수명 증가 폭은 2000년 이전보다 낮았다.
올샨스키 교수는 “현대 의학의 급격한 발전에도 기대수명 증가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기대수명이 점점 더 길어질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라고 했다.
100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의 수도 많지 않았다. 2019년에 태어난 사람을 기준으로 분석 대상 국가의 인구가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여성은 5.1%, 남성은 1.8%에 그쳤다.
국가별로는 여성 12.8%, 남성 4.4%가 100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된 홍콩이 그나마 100세 시대를 향해 가는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은 여성 3.1%에 남성 1.3%로 낮았다. 한국도 여성 4.7% 남성 1.5%에 그쳤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인류의 100세까지 생존율은 남성 5%, 여성 1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이번 세기 안에 급격한 수명 연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올샨스키 교수는 영국 가디언에 “지금 인류가 하고 있는 ‘장수 게임’은 영유아와 어린이, 가임기 여성을 더 많이 살림으로써 기대수명을 크게 늘렸던 과거와는 다르다”며 “60~80세 인구를 더 오래 살게 하려는 ‘노화와의 전쟁’은 이제 기대수명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염색체에서 노화를 유발하는 텔로미어(말단 소체)의 길이를 길게 유지할 수 있다면 노화 방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키 신야 교수는 쥐의 피부 세포에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삽입해 노화 세포를 정상 세포로 전환하는 연구로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