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폭염과 잠 못 드는 열대야가 우리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8월 중순까지 이런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열사병 등 온열질환과 냉방병, 수면 부족 등으로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폭염 속 건강 관리법을 알아본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로 발생하는 일사병, 열사병 등 급성질환을 말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22일까지 전국에서 674명의 온열질환자가 보고됐는데, 이중 54.5%(368명)가 낮 시간대(12시~17시)에 발생했다. 야외 작업장이나 논·밭, 길가 등 실외에서 발생한 환자가 559명(82.9%)으로 실내 환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사병은 어지럼증, 피로, 오심,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빈맥, 구토, 혼미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이런 증상이 생기면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약 40도 이상의 고열이나 의식 혼미 등이 생기면 급속냉각요법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사병은 노인이나 심장질환자, 치매 환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 등에서 오랜 기간 고온다습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한다. 일사병과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는다. 대신 오심, 구토가 심하고 의식 변화가 나타난다. 심부체온은 40도가 넘어간다.
이 경우 환자를 즉시 그늘로 옮기고 옷을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으며, 빠르게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열경련은 한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며 운동을 한 뒤 갑자기 생기는 근육 경련을 말한다. 원인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전해질 이상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열경련이 나타나면 시원한 그늘에서 스트레칭 등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몇 시간 정도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전해질이 포함된 수액을 마시면 좋다. 전해질 음료가 없다면 1L 물에 소금 한 두 티스푼을 타 마시면 된다.
열실신 증상도 생길 수 있는데,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는 외부 온도에 적응하지 못해 가벼운 실신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단순 열실신은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쉽게 회복된다. 시원한 그늘에서 머리를 낮게 해주고 수액을 보충해주면 된다.
뜨거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생기는 일광화상도 조심해야 한다.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심하면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직사광선을 피해야 하는데, 꼭 야외에 나가야 한다면 얇은 겉옷으로 피부 노출부위를 가리거나 선크림을 잘 발라야 한다. 일광화상에는 찬물 찜질이 좋고, 통증이 심하면 진통소염제로 조절할 수 있다.
무더위를 견디기 위해 에이컨, 선풍기 등 냉방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람에 생기는 증상을 통칭해 냉방병이라고 부른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 차가 크고 실내 습도가 낮을 때 잘 생긴다. 실내외 기온이 섭씨 5도 이상 차이가 나면 몸의 자율조절 기능이 떨어진다. 냉방기를 계속 가동하면 실내 습도가 낮아져 호흡기 점막 건조와 기침을 동반한 감기가 생길 수 있다.
대형 건물용 냉방기에 사용되는 냉각수에서 잘 번식하는 레지오넬라균 감염으로 냉방병이 생길 수도 있다.
이정아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기기를 가동하더라도 내외부 기온이 섭씨 5도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고, 적정 실내 온도는 24~26℃가 좋다”며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실내 적정 습도를 유지하고 공기를 순환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분은 충분하게 섭취해야 하지만 차가운 음료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도 필수다.
한여름에는 수면 부족을 겪는 사람도 많다. 너무 더워도, 냉방기기의 장시간 가동으로 너무 추워도 쉽게 잠들기 어렵다. 따라서 쾌적한 수면 환경을 유지하는 게 좋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실내 온도는 24~26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며 “가능하면 소음과 빛은 최소화하고 얇은 소재의 시원한 잠옷을 입고 얇은 이불로 배를 덮으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 유지도 필요하다. 뇌 속 생체 시계가 잘 작동되기 위해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잠드는 게 좋다. 규칙적인 운동, 미지근한 물 샤워, 카페인 함유 음료 자제, 음주, 장시간 TV 시청도 피하는 게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