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잠깐 떠나면,

도시가 끝나고 강물과 산들이 이어지는 곳이 지천이지요.

도심에서의 평소와 달리, 잠깐 벗어나 볼일을 봅니다. 

휴식을 찾은 탈출이었어도 좋았겠지만, 생업 때문에 찾은 전원이어도 좋죠.

그리고, 저물녘 돌아가는 집.

차장 앞으로 멀리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분주한 차 꽁무니와 

서울의 저녁하늘을 렌즈에 담아봅니다.

다들, 사연을 갖고, 일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갑니다.

집으로~


 

집으로, 라는 말은 참 좋습니다.

대개는 고향 시골집을 떠올리게 되지만, 

집으로 가는 길, 이 좋은 말이 서울 아파트로 연결되어도 나쁠거야 없죠.

거기 우리 삶의 터전이 있다면, 말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면 말입니다. 

비록, 고향, 텃밭이 있는 시골집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나 물 속처럼 깊이 흘러 어두운 산 밑에 이르면

마을의 밤들 어느새 다가와 등불을 켠다
그러면 나 옛날의 집으로 가 잡초를 뽑고
마당을 손질하고 어지러이 널린 농구들을
정리한 다음 등피를 닦아 마루에 건다
날파리들이 날아들고 먼 나무들이 서성거리고
기억의 풍경이 딱따구리처럼 소리를 내며
달려든다 나는 공포에 떨면서 밤을 맞는다
과거와 현재 사이로 철철철 밤이 흘러간다
뒤꼍 우물에서도 물 차오르는 소리 밤내
들린다 나는 눈 꼭 감고
다음날 걸어갈 길들을 생각한다

 

-최하림 시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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