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건 다 잘 살아왔는데 자식교육만은 실패했어요"
심리상담실에서 어르신 내담고객이 흐느끼셨습니다.
"왜요? 자녀분들이 어떠신데요?"
섭섭함이 가득한 표정의 어르신이 속내를 털어 놓으셨습니다.
"즈네 살기 바쁘다고 나한테 잘 오지도 않고 전화도 잘 안하고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관심도 없어요. 다 소용없어요."
미워한다기 보다 서운해 한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혼자 지내다보니 외롭고 여기저기 편찮으시니 그러실 만합니다. 우울감이 깊어서 식사도 잘 못하시고 불면증과 가슴 두근거림도 있다고 호소하셨지요.
제 주변에도 자녀들과 소원한 관계로 인해 돌덩어리같은 고통을 하나씩 안고 사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절연을 했거나 이따금 만나도 데면데면하다는 거지요. 사람들은 각자 그들만의 이유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마음치유를 업으로 삼고 있기에 저는 심리상담실에서 자식도 만나고 부모도 만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양쪽 모두의 입장이 이해가 됩니다. 심리상담사인 저 역시 자식이자 엄마이니까요. 그런데 단 한 가지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자식은 부모 탓을 하는데, 부모는 자식이 아니라 자신의 탓을 한다는 겁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습니다.
가끔은 자식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부모도 있고 자신이 시키는 대로 잘 했더라면 부모가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자식도 있긴 합니다. 부모는 자식들이 본인에게 섭섭하게 대하는 이유가 자신이 잘못 가르쳐서 혹은 부덕해서라고 자신을 탓합니다.
반면 자식들은 “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부모 탓”이라고 합니다. 자식이 잘 자라고 나름 성공하도록 애를 쓴 부모의 역할은 안타깝게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심리상담을 받으러 온 부모는 ‘우울’ 감정이 지배적이고 자식은 ‘화’가 마음 속에 가득 차 있습니다. 차라리 부모들도 자식 탓, 세상 탓, 젊은 세대들의 탓을 하면 좋으련만 모든 문제가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니 자꾸 우울해지는 겁니다. 어르신에게 여쭈었습니다.
" 자녀분은 뭐하시는 분이세요? 결혼은 하셨구요?"
" 아이고 그럼요,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 다니고 있어요. 결혼해서 아이들도 있고요. 친구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우리 영감 장례식장이 친구들로 꽉 찼어요."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 어르신~~. 아주 잘 키우셨네요. 훌륭하게 잘 살고 있네요. 어르신에게 좀 섭섭하게 대해도 사람 노릇 하며 잘 살고 있으니 얼마나 잘 키우신거예요. 누가 뭐라고 해도 잘 키우신 겁니다. 지금 저렇게 잘 살고 있는 거 모두 어르신 덕입니다."
어느 대목에서 공감이 된걸까. 어르신은 사뭇 편안해진 표정으로 "허긴..."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