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약을 지을 때마다 자주 듣는 주의 사항이 있다. “이 약을 먹을 때는 자몽이나 자몽주스를 먹지 말라”는 것이다.

자몽이 약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자몽은 60개 이상의 약의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자몽의 어떤 성분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길까?

자몽주스의 프라노쿠마린 성분은 고혈압 약과 함께 먹으면 약물의 혈중 농도를 지나치게 환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몽주스의 프라노쿠마린 성분은 고혈압 약과 함께 먹으면 약물의 혈중 농도를 지나치게 환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몽에는 프라노쿠마린(furanocoumarin)이라는 성분이 들었는데, 이 성분은 CYP3A4라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 따라서 자몽을 니페디핀, 펠로디핀, 니솔디핀 같은 고혈압약과 함께 먹으면 CYP3A4의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약물의 혈중 농도가 높아진다.

즉, 자몽 때문에 고혈압 약을 정상 용량의 2~4배를 복용하는 효과가 생길 수 있게 된다. 자몽을 먹고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약물 농도가 정상치보다 높아진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약이 혈압을 정상으로 만들지 않고 지나친 저혈압 상태로 만들어 환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게 된다.

나린긴 성분도 비슷한 작용을 한다. 나린긴은 약물을 분해하는 간의 효소인 사이토크롬P450을 과활성화시켜 독성을 유발한다. 사이토크롬P450 효소에 영향을 받는 약물을 먹는 사람은 자몽주스를 먹지 말아야 한다.

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약물은 고지혈증치료제, 부정맥치료제, 혈압약, 항히스타민제, 최면진정제, 골다공증 치료제 등이 있다. 스타틴 계열, 드로네다론, 미다졸람 등의 약제다. 오렌지 주스도 나린긴 성분이 있어 비슷하게 주의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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