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언저리에서 남대문시장까지,
분비던 고가도로가 어느날 인도로 바뀌었습니다.
숨막히는 교통량과 번잡한 시장이 뒤섞여 있는 곳에,
한 줄기 바람길이 생겼습니다.
오래된 고가도로에 뚝딱뚝딱 인공 설치물들이 들어서더니,
그 속에는 이런저런 꽃과 풀, 나무들이 심겼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젠 제법 자연 비슷해졌어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커다란 도시 서울.
가까이 산들이 둘러싸고 있어 조금만 벗어나면 쉴 곳 많은 도시지만,
정작 한 가운데는 편히 쉴 만한 곳, 잠시 발길을 멈출 곳이 많지 않죠.
한동안 서울의 상징이었던 서울역.
그 앞 멀리 남산이 있긴 하지만, 광장에 서면 자동차 물결에 휩싸이곤 했죠.
그곳에, 비록 흙과 땅 없는 고가 위의 아슬아슬함이 있긴 하지만,
새로 뚫린 길, 서울로.
짧은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의 길이 여유롭습니다.
뜨거운 콘크리트 위의 나무들,
이 부조화 속의 어우러짐이 어쩌면 우리 삶의 신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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