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일(현지시각)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를 치료제로 승인했다.

지금까지 나온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효과가 예방과 증상 완화에 머물렀다면, 레켐비는 증상을 멈추거나 개선하는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경미한 환자에게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고, 심각한 부작용과 연간 3500만원에 이르는 높은 치료비도 부담이다.

알츠하이머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데, 현재까지의 치료제는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레켐비는 임상시험에서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확인된 최초의 치료제다. 알츠하이머 환자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항체가 결합해 제거하는 원리다. 레켐비는 지난 1월 긴급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으며 임상시험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에 정식 허가를 받았다.

레켐비 치료는 2주에 한 번씩 정맥 주사를 통해 이뤄진다. 1795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18개월 후 위약(효과 비교를 위한 가짜약) 투여 환자보다 인지 능력 감소가 27% 늦게 진행됐다. FDA는 “18개월간 5개월 정도 병의 진행을 늦춘 것과 같은 결과”라고 했다. 앞서 진행된 임상 2상에서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다.

여전히 한계는 있다. 레켐비의 효과는 초기 단계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능력과 기억력 저하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다. 중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다. 부작용도 심하다. FDA는 “레켐비는 심각하게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가장 높은 수준인 ‘블랙 박스 경고’를 라벨에 부착하도록 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가 세계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능력 저하 속도를 27%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캔서앤서 DB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가 세계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능력 저하 속도를 27%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캔서앤서 DB

레켐비를 투여받은 환자의 13%는 뇌 부종을 경험했지만, 위약 그룹에서는 2% 미만에 불과했다. 또한 레켐비 투여 환자의 약 17%에게서 뇌출혈이 있었다. 위약 그룹에서는 절반 수준인 9%였다. 특히 알츠하이머 환자의 약 15%에 해당하는 ‘APOE4′ 돌연변이 환자와 혈액 희석제 복용 환자도 부작용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켐비 외의 치료제도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일라이릴리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은 지난 5월 임상3상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기억 능력 저하를 35% 가량 늦춘다는 결과를 얻었다.

국내 제약사 아리바이오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먹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3상 계획서를 신청했고,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AR1001은 뇌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을 활성화하면서 신경세포의 사멸을 막고 생성을 촉진한다. 또 뇌에서 각종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식약처가 임상을 허가하면 아리바이오와 삼진제약이 공동으로 150명의 환자를 모집해 임상을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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