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5알파-환원효소억제제가 방광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대규모 빅데이터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석호, 노태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방광암 진단을 받은 남성 2만2845명을 분석한 결과다.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는 남성호르몬을 활성화하는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하는 약물로, 전립선비대증 치료 목적으로 널리 쓰인다. 남성호르몬 합성을 막아 전립선 크기가 커지는 것을 막는다.
강석호 교수팀은 방광암 남성을 알파차단제만 사용한 그룹, 5알파-환원효소억제제와 알파차단제를 함께 사용한 그룹으로 5300명씩 나눠 비교했다. 알파차단제는 고혈압치료제로 알려진 약물이지만 전립선과 방광목 부분 근육을 이완해 배뇨 기능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비교 연구 결과 알파차단제만 사용한 남성 방광암 환자 그룹에 비해 알파차단제와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를 함께 사용한 그룹에서 사망위험이 0.83배로 낮았다. 두 치료제를 함께 사용한 그룹의 수술 시행 비율도 더 낮았다. 방광 내 약물 주입술은 0.84배, 근치적 방광 전절제술은 0.74배로 낮았다.
두 치료법은 고위험 환자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방광 내 약물 주입술은 재발 가능성이 높고 암세포가 악화할 위험성이 큰 환자에게 쓰인다. 암 진행 정도를 낮추고 수술 이후 재발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와 방광암의 연관성을 밝힌 한국인 대상의 최초 대규모 빅데이터 연구"라며 "방광암 진단 전 5알파-환원효소억제제의 투여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고위험 방광암 환자들의 발생 위험도를 줄여 방광암 환자들이 중요한 치료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Impact Factor: 13.31)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