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 여름날씨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실내운동을 하기 좋은 때다. 태극권처럼 격하지 않은 움직임을 하면서 유산소운동도 하고, 마음도 다스리고, 하기에 따라서는 호신술도 배울 수 있는 운동을 하기엔 제격인 계절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도관을 많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우리는 함께 모여 운동한다는 것에 대해 닫힌 마음을 갖게 됐고, 그것이 정상화되는데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한번 겨뤄보고 싶다고 찾아온 손님
얼마전 우리 태극권도관으로 특이한 문의전화가 왔다. “관장님과 대련을 해볼 수 있냐”는 것이었다. 태극권의 대련은 ‘추수(推手)’라고 하는데, 손을 맞대고 밀고 당기고 치고 막고 꺾는 등의 겨루기를 진행하는 수련방법이다. 문의전화에 한번 툭 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면서 몇차례 수련을 하면 그 수련과정에서 대련을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얼마 후 그 사람이 찾아왔고, 나와 태극권 추수를 했다.
건장한 몸을 갖고 있는 그 사람은 중년여성이었다. 20년 넘게 각종 무술을 수련했고, 이런저런 무술도관을 찾아 대련을 해봤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와 잠시 대련을 하고 난 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을 동영상으로 볼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도대체 밀어 넘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동영상으로 내가 가르치는 것을 보고 그 정도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찾아왔는데, 막상 손을 마주대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다른 무술, 다른 도장에서 다양한 대련을 해봤으나 나와 하면서 큰 차이를 느끼는 것은 바로 ‘힘빼기’ 때문이다. 나의 힘을 모두 빼고, 상대의 힘을 느끼고, 움직임을 느끼는 ‘청경’의 힘이 생기면 상대가 아무리 강한 힘으로 밀어붙여도, 빠른 속도로 움직여도 그 힘이 닿기 전에 반응하고 제압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진지하게 수련하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힘을 빼야 빠르게 피하고, 제대로 때릴 수 있다
태극권을 호신술로 익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추수 수련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상당수의 수련생들이 힘으로, 속도로 어찌해 보려 한다는 것이다. 힘을 주면 몸이 굳어 빨라질 수 없는데, 그 힘으로 빨리 움직이겠다고 애쓰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지경이다. 힘으로 때리면 원심력을 활용할 수도, 내 몸 안의 힘을 사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결코 빠르고 강하게 때릴 수 없다. 골프를 쳐본 사람은 헤드스피드가 어떻게 나오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와 싸우며 주먹이나 손바닥이나 손등으로 상대를 가격할 때 힘을 완전히 뺀 상태에서 공격하고 마지막 순간, 즉 임팩트의 순간에만 가진 힘을 다 쏟아붓고 바로 다시 완전히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라고 가르친다. 그래야 바로 다음 동작으로 연결이 가능해진다. 상대의 반격을 막고, 자신의 공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때릴 때 쓴 힘을 다시 빼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원리는 사실 거의 모든 운동에 적용된다. 그래서 힘을 빼야한다고 이 칼럼에서도 여러번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이 꼭 비유적으로 인생에 적용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수많은 운동과 신체활동에서 필수적이라는 것이 지금 하고 싶은 말이다. 상대의 공격에 움츠러들지 않고, 눈감지 말고 태산같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상대를 때리려고 작위적으로 애쓰지 말고, 몸과 마음의 힘을 믿고 느슨함을 유지하면서 상대와 마주서는 것, 그것이 바로 태극권 추수 수련을 통해 배우는 삶의 원리이다.
